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 합참 제공 영상 캡처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두고 여야가 추석 연휴 내내 '매국'과 '탄핵'까지 거론하며 격한 공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정부의 현장조사 대응을 '안보 무능'으로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직격하자, 더불어민주당도 장병의 안전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28일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은 사고 부대를 직접 찾아 조사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사고 원인과 초기 대응을 둘러싼 공방이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DMZ 사고가 여야의 정국 뇌관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사고는 지난 21일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25사단 최전방 부대에서 발생했다. 군 간부들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벌이던 중 두 차례 미상 폭발이 발생해 간부 3명이 다쳤다. 현재까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기존에 있던 우리 군 지뢰인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사고 직후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사고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현장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와 군이 신속한 현장조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뢰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최근 MDL을 넘어와 매설한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고의로 현장조사를 지연시켰다면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다. 대통령 불소추권을 벗어나는 '외환죄'에 해당한다"며 "탄핵은 물론 당장 구속돼 재판받아야 할 범죄"라고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당내에서도 화력이 집중됐다. 윤상현 의원은 "왜 사고 직후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유엔사와 우리 군 사이에 어떤 협의가 오갔는지, 그 과정에서 현장 증거 보존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조사 결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국회 외교안보 합동 청문회, 외교통일·국방·정보위 연석 청문회'를 즉시 열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연휴 직후에도 DMZ 사고를 안보 이슈의 전면에 세울 태세다. 정부의 인사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에 이어 안보 대응까지 문제 삼으며 대여 공세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장 대표는 28일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을 만나 DMZ 사고 대응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지난 24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연일 1인 시위를 벌이며 조속한 현장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 의원은 "22일 유엔사 군정위는 25사단을 방문해 자료와 보디캠 영상, 부상자들 인터뷰를 공유해줄 것과 현장 출입을 요청했다. 우리 군은 이 요청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사의 구체적인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25사단장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방부 장관인지, 합참의장인지, 청와대 안보실인지, 이재명 대통령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기 개각 인사 낙마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여권을 둘러싼 여론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이슈에서도 야당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사고 원인을 사실상 북한 소행으로 전제하고, 군이 현장조사를 의도적으로 늦춰 증거 인멸을 방치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공세를 "안보 불안 음모론", "매국적 행태"라고 비판한 배경이다.
윤창원 기자
4성 장군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현장조사에 앞서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사고 지점에 대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30~50m 정도 근접한 지역"이라며 "북한의 소총 유효사거리 안에 들어가는 지역에서 실제 수색로를 개척하고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증거는 이미 다 확보했다"며 "상처에 있는 파편들을 다 제거해서 국과수에 보냈고, 폭약의 흔적 같은 것들도 사고 당일 회수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야당의 공세를 두고 "장병들을 자꾸 정쟁의 불쏘시개로 쓰려고 한다"며 "마치 군이 북한 눈치 때문에 작전을 지연하는 것처럼 정쟁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직접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28일 오후 2시 30분 육군 25사단 관할 DMZ를 방문해 합참의 합동 현장조사 진행 상황과 경계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번 방문에 대해 "국방부에서 요청했다"며 "현장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을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현장에 접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부대를 방문하면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의전·경호 부담만 더할 수 있다며 국방위 전체회의 개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출석시켜 사고 원인과 초기 대응, 현장조사 과정을 따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만큼 향후 합동 현장조사 결과가 여야 공방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여부와 사고 직후 군·유엔사의 대응 과정, 현장조사 착수 시점 등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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