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24일(현지시간)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회담 이후 양국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살펴보면 이면에서 민감한 내용을 놓고 적지 않은 논의와 이면 합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일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고위급 경제협상과 관련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측이 포괄적인 무역 협정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중국이 무역 휴전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까지 연장하는 대가로 "항공기, 농산물, 에너지 또는 기타 상품 등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구매할 것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이 미국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벌이거나 신규 투자 평가 규칙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투자 협정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경제부분에서 일부 양보한 내용은 공식적으로도 확인된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각각 300억달러(약 40조8천억원) 상당의 상호 관세 인하 품목에 미국산 농산물, 개인 관리용품, 의료기기 등과 함께 석탄이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석탄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요구한 것이다. 애초 백악관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강조했지만 중국 측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항목이다.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하는 등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중국의 수입 물량이 많아지게 된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석탄산업에 안정적인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산 완구와 가전제품, 유아용품, 주방·욕실용품 등을 관세 인하 품목으로 정했다.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로, 이는 미국의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관리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회담하는 미중정상. 연합뉴스미국산 농수산물 수출과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위원회 산하에 농업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올해 안에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무역 휴전에 대한 추가 연장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무역 휴전 기간을 짧게 잡은 것은 중국의 약속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였다.
양측이 지난 5월 합의해 놓고 지지부진했던 투자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한 것도 향후 상호 투자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투자 활성화와 정책의 투명성·예측성 등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미국에 중국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 측에서 이번 회담 결과를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측에 대만 문제 등의 합의 이행을 촉구한 점도 주목된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합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미국이 관세, 기술 통제, 대만 문제 등 핵심 의제에서 약속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반대급부로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기술 통제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양보를 얻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양측 어느 쪽의 회담 결과 발표에도 없는 내용이다.
중국이 회담 직전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자국 빅테크 기업에 엔비디아의 신형 인공지능(AI) 칩 구매를 승인할 방침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만 문제는 시 주석이 줄곧 강조해 온 중국의 핵심 이익이다. 시 주석은 4연임을 확정짓는 내년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방송에 출연해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무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묻기까지 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을 낳기도 했다.
최대 경쟁국이자 적대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무기 구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논평을 내고 "미국은 중국에 무기를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양측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 미완결 의제를 놓고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 때쯤이면 패권 경쟁에 치중했던 양국의 관계에 변화가 올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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