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럽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옛말이 됐다. 지난달 유럽(EU·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주요 31개국에서 신규 등록 전기차 숫자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순수전기차(BEV)에 이어 유럽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BEV에는 EU의 추가 상계관세가 적용되지만 PHEV에는 부과되지 않는 덕분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유럽인들의 선호를 반영한 신차를 현지 시장에 투입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유럽 내 생산으로 '관세 장벽'을 아예 뛰어넘으려는 중국 기업들의 파상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기류다.
전기차 강세에 PHEV 시장도 덩달아 커져…中 점유율 35%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럽 31개국에서 지난달 새로 등록된 전기차는 전년 대비 50% 넘게 늘어난 24만 3207대를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를 합친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만 2931대로 23.4% 줄었다.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처음 앞지른 것으로,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연간 누적 판매량을 보면 하이브리드 판매량도 동반 상승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1~8월 전기차는 213만 3364대 판매됐고(+38.8%) 하이브리드차는 333만 4039대(+10.5%) 팔렸다.
하이브리드 중에서는 주유와 전기 충전이 모두 가능한 PHEV 판매 증가율이 유난히 가팔랐다. 올해 1~8월 유럽에서 등록된 PHEV는 96만 4497대로 전년 동기보다 22.2%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 업체들의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Dataforce)는 "유럽 내 PHEV 3대 중 1대가 중국산(Every third PHEV is Chinese now)"이라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 부문에 더욱 집중하면서 유럽에서 사상 최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유럽 PHEV 신규등록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올해 1월 약 20%에서 8월 35.3%까지 상승했다. 별도 상계관세가 붙는 순수 전기차와 달리 PHEV에는 기본 관세 10%만 적용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돋보였다는 평가다.

중국이 관세 부담이 적은 PHEV 차종에도 힘을 실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포괄하는 유럽 전체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지난해 1~8월 8.1%에서 올해 같은 기간 7.5%로 낮아졌다.
반면 BYD는 1.1%에서 2.5%, 체리자동차는 0.6%에서 2.3%, 리프모터는 0.2%에서 0.8%, 상하이자동차(SAIC)는 2.2%에서 2.5%로 상승했다. 이들 4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4.1%에서 8.1%로 껑충 뛰었다. 볼보자동차 등 유럽 업체들까지 산하에 둔 지리 그룹의 점유율 역시 소폭 상승했다.
현지 생산까지 확대하는 中…아이오닉3로 점유율 방어 '고군분투'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유렵 현지 시장 지배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BYD를 필두로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서 관세와 물류 부담을 낮추고 현지 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 공장에서 올해 4분기부터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를 생산할 예정이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모다와 재쿠를, SAIC 산하 MG는 스페인 갈리시아에 공장을 짓고 2028년부터 연간 12만대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 공장에서 출하하는 덕분에 무관세 혜택을 봤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3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차량은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소형 전기 해치백 차량으로, 현대차는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 2억 5천만유로(약 4천억원)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차체 라인과 고전압 배터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이오닉3을 양산 중이다. 올해 아이오닉3의 판매 목표는 2만대, 내년부터는 연간 4만대 이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3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전기차 라인업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형 투싼(하이브리드 포함) 등 신차를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등 2030년까지 유럽 시장의 85%를 전동화 포트폴리오로 대응하고, 유럽 전기차 판매를 2025년 11만 6천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동화 모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에 버거울 것이라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중국 주요 4개 업체의 올 1~8월 판매량(74만 5557대)이 이미 현대차그룹(68만 6252대)를 넘어섰는데, 해당 업체들이 현지 생산까지 시작하면 가격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배경에는 생산 규모 자체의 차이도 있다. 대규모 생산을 통해 부품과 설비 등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새로 들어서는 현지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처음부터 적용하면서 생산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작아 같은 수준의 원가 절감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전문가 역시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 간 규모의 경제 차이가 결국 차량 원가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규모의 경제, 인건비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중국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모든 시장에서 중국차가 앞선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늘리고 공장을 자동화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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