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칼럼]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지 말자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백모씨와 리모씨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포로수용소에서 김영미 PD와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백모씨와 리모씨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포로수용소에서 김영미 PD와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53년 6월은 한국 전쟁을 끝낼 정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때였다. 정전 협상의 큰 쟁점이던 전쟁 포로 처리 문제가 접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제네바 제3협약의 본국 송환 규정을 들어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했던 북한은 미군(유엔군)의 중립국 송환 방침을 수용했다. 스탈린의 급사와 장기 전쟁에 대한 부담 등이 북한군을 압박한 결과였 다. 전쟁 포로 처리 문제가 해결됐으니 휴전은 시간 문제였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양측이 합의한 직후 북한군 포로 2만 7천여 명이 수용소에서 일시에 석방된 것. 망상적인 '북진 통일'을 주장하며 휴전을 강력히 반대하던 이승만 정권이 독단적으로 내린 조치였다. 이른바 '반공 포로 석방 사건'으로 미국과 영국 등 한국의 우방국들은 발칵 뒤집혔다. 북한과 중국의 반발은 불보듯 훤했고 눈 앞에 뒀던 정전도 날아갈 터였다. 이는 성과없이 3년을 끌어온 전쟁의 재시작을 의미했고 최악의 경우 세계3차대전의 문을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한 달 뒤 정전 협정은 체결됐고 한국의 돌출 행동을 우려하던 미국은 지원 겸 통제 성격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게 된다. 만약 북한과 중국이 거세게 반발해 한국전쟁이 장기화됐거나 전쟁이 확산됐다면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도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포로 송환이 인권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안보 지형까지 뒤흔들 수 있는 다면적 문제임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북한군 전쟁 포로 송환 문제가 7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보내기로 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UN 공개 연설에서 전격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깨고 한국 송환 방침을 공개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사과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포로 송환 문제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한다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은 변명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더구나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남북 대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인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조용히 처리하려 했을 것이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 판단력과 이성을 갖춘 정부라면 '비공개 방침'은 당연한 것이다.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어 내 땅까지 전쟁판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양의 군수 물자를 지원해왔다. 미국을 우회해 포탄까지 주며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사실상 깨뜨렸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는 '지금이 한반도 분단을 끝낼 기회'라며 참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한국을 자기 나라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일부 국내 보수층에서는 '왜 한국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냐'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감싸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런 지엽적인 문제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북한 눈치보기도 아니요 지엽적 문제도 아니다. 잘못 손대면 터지는 불안한 남북 대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다. 부화뇌동으로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70여 년 전의 포로 석방의 '성공'이 매번 반복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