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다드프렌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수민을 인터뷰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단독 콘서트 당시 모습. 스탠다드프렌즈 제공8년 전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유어 홈'(Your Home) 때 바이닐(LP)을 제작했다. 당시만 해도 바이닐을 만들고, 사고, 감상하는 문화가 지금보다는 덜했을 때였다. "제가 어렸을 때 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바이닐을 냈었어요. 그냥 레전더리 아티스트들, 국내외를 막론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8년 전에는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거니 하고 따라 해 본 거예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그때는 '바이닐을 만들었다'라는 사실 자체에 "엄청난 매력"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지금보다 더 돈도 없고 정보도 없을 때"였는데도, 열정으로 나아갔다. 지난 8월 나온 두 번째 정규앨범 '디너모드'(dinnermode)도 현재 바이닐을 제작하고 있다. 수민에게 바이닐은 단순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형태 중 하나가 아니다.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 것'을 하나의 '의식'으로 바라보기에.
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다드프렌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수민을 인터뷰해 정규 2집 '디너모드' 제작기를 들었다. 지난 두 편에서 음악과 앨범을 다뤘다면,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동명의 단독 공연과 바이닐 이야기에 집중한다.
앞서 수민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2026 수민 라이브 - 디너모드'를 개최했다. 둘째 날이었던 19일 공연에서, 수민은 '디너모드'에 관해 "낮 동안에 사람들 앞에서 꺼내놓았던 저를 거두는 시간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방향성 아래 공연을 구성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수민은 "저는 일단, 일반적인 콘서트처럼 무대 위의 제 모습이 (관객에게) 어느 정도 주인공처럼 보이는 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관객들 스스로가 되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관객들이 (보기에) 수민은 자기였으면 하고 바랐던 것"이라고 답했다. "공연을 본다는 걸 잠시 잊고,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사적인 시간대가 됐으면 했죠."
수민은 지난달 18~20일 사흘 동안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공연장이었던 유플러스 스테이지가 '씨어터'의 일종이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한 수민은 "무언가를 계속 보여주기보다는 빛이랑 어둠, 영상과 소리로 관객의 감각을 조금씩 바꾸게 하고 싶었다. 결국 오신 분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디너모드'에 들어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상상했던 것, 그중에서도 비현실적이었던 아이디어는 공연팀과 상의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아티스트의 감정만 포효하게 되면, 물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제 성향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그렇게 정리됐다"라고 전했다.
세트 리스트는 어떻게 짰을까. 수민은 "(공연) 타이틀에 맞게, '디너모드'가 사실상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게 맞았지만, '디너모드'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제가 필요했다. 과거의 저를 보여드리는 순서는 반드시 초반에 나와야 했고. 밴드 마스터인 베이시스트 박종우씨와 조금 더 매끄러울 수 있는 방향으로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디너모드'는 앨범 수록곡 순서를 그대로 따라갔다. 수민은 "말미에 조금 수정하긴 했지만 제 욕심으로 '디너모드'만큼은 절대로 이 순서(앨범 순서)를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드렸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그게 적용됐다"라고 돌아봤다.
"'디너모드' 때 트랙 순서를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앨범을 만들면서 이미 9곡의 그 순서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저는 결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다음 콘서트에서는 (순서를) 충분히 바꿀 수 있지만, (이번이) 첫 콘서트였고 '디너모드'에서 제가 결정한 이 모든 것들을 처음으로 그냥 똑같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첫 트랙 '우리의 계절'부터 마지막 '침몰'까지 가는 동안 관계와 감정의 온도가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공연에서도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하는 경험을 실제 공간 안으로 들여놓고 싶었어요."
수민은 이번 단독 콘서트에서 '디너모드' 수록곡을 앨범에 실린 순서대로 들려줬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슬롬과 같이 낸 '미니시리즈' 세계관은 후반부에 배치했다. 수민은 "아무래도 조금 더 팝하고 조금 더 화려하고 수려한 느낌이 강하다 보니, 공연의 다이내믹을 고려해서 후반에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솔로곡 중 "기세를 잡을 수 있는" "아이코닉하게 읽힐 수 있는" 곡은 전반부에 두었다. "마치 핀터레스트에 접속했을 때 느끼는 감각"을 선사하고 싶었고, 그래서 "공연 전체의 다이내믹"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공연하게 된 계기도 궁금했다. 일단 '크기'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는 편이라는 수민은 공연자(퍼포머)와 관객이 1:1 비율 느낌을 가져가게 하는 공연장과,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관객과 거리를 떨어뜨리는 씨어터가 있다고 우선 언급했다.
'디너모드'가 "완전히 몰입 형태의 앨범"이라고 생각했기에, 공연장 역시 강한 몰입이 가능한 장소가 알맞다고 판단했다. 수민은 "공연 제작팀이 무언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애초에 그런 분위기가 나는 공연장이 LG아트센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연주자 그룹인 범프투소울(Bump2Soul) 공연을 보러 처음 LG아트센터에 방문할 때만 해도 "LG에서 만든 거니까 제반 시설과 시스템이 좋겠다는 느낌 때문에 엄청 궁금한" 상태였는데, 직접 보고 나니 더 흥미를 느꼈다. 수민이 공연한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는 무대가 정중앙으로 와서 관객에게 둘러싸이는 형태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다.
범프투소울 공연을 보며 느낀 바로는 "심지어 음향도 너무 좋았다." 다이내믹하고 폭발적인 연주가 펼쳐졌지만 "오래 듣기에도 귀가 전혀 피로하지 않았고, 정말 좋은 소리만 들리는 기분"이었다. 수민은 "언젠가 나중에 여기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 영상과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서 지금 회사 대표님한테 얘기했었다. 근데 이번에 공연제작팀이 준 후보에 그곳이 있었던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건 운명이다!' 싶어서 진행"하긴 했지만, 인기 있는 공연장이라 공연 일정은 약간 조정했다. 수민은 "저희는 조금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특정 시기에만 딱 가능하다고 하셔서 진짜 깊이 고민하고 '하겠습니다' 했다. 공연장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좀 요란했었다"라고 덧붙였다.
수민의 '디너모드'는 현재 바이닐로도 제작 중이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사흘 동안 단독 공연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민은 "저는 3일간 해 본 적이 없어서 '3일 공연'이 챌린지 같았다"라면서도 "한계를 뚫고 나니 공연에 관한 용기도 생기고 더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라고 밝혔다.
총 9곡이 수록된 '디너모드'는 현재 바이닐로 제작 중이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누르기만 하면 음악이 나오는 시대에, "바이닐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있고, 바이닐이어서 제한적인 것도 있다"라는 걸 알면서도, 왜 바이닐을 만들까.
바이닐에 들어가는 버전의 음원을 바이닐 마스터링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걸 주고받는 건 온라인 메신저이고 노트북을 비롯한 일반적인 재생장치에서는 그 테스트반을 '100% 감상'할 수는 없다. "바이닐의 매력에 관해, 단점과 장점을 가급적 잘 파악하고 제작하는 게 좋다"라고 귀띔한 이유다.
수민은 "요즘 스자(SZA) 같은 팝 아티스트나 알앤비(R&B) 싱어송라이터도 바이닐을 정말 많이 낸다. 그런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의 바이닐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들으면 뭔가 제가 트렌드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까지 드는 거다. '나는 이런 세련된 음악을 바이닐로 들어'라는 감각이 일종의 근본의 태도인 것 같은…"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에 바이닐이라는 건 '의식' 같다. 전반적인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어릴 때 바이닐을 경험해서 향수가 있는 제작자나 아티스트라면 한 번 정도는 만들어봄직하다"라고도 덧붙였다.
"피지컬(음반) 중에서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소비했고, 래핑(포장)된 걸 뜯어서 큰 포스터를 보고 리플렛을 보면서 크레딧을 확인하며 가사를 신문 보듯이 보고, 이걸 턴테이블 위에 올려서 스스로 바늘을 얹고 플레이를 누르는 거죠. 이렇게 파인 홈을 바늘로 긁으면서 음악을 듣는 형식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노이즈가 그 요철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게 또 모두 같은 노이즈가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음악을 듣는 게 꽤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한 것 같아요. '디너모드'는 제가 생각하는 고수들의 어떤 작법이나 장치를 좀 많이 견인해 온 형태의 앨범이다 보니까, 제가 더 그(바이닐의) 의미를 과장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끝>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