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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장서 로봇이 기술 검증…현대차, 엔비디아와 제조 혁신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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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1700여 곳부터 차체 하부 조립까지 자동화
엔비디아 '옴니버스·아이작 심'으로 가상 검증
AI 에이전트 '폴라리스'로 생산 데이터 연결

현대차그룹 미래공장 비전을 발표하는 E-FOREST센터장 최영태 상무. 현대차그룹 제공현대차그룹 미래공장 비전을 발표하는 E-FOREST센터장 최영태 상무.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조 공장이 진화하고 있다. 로봇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가 아닌, 주변을 인식하고 작업 결과를 확인하는 '지능형 작업자'가 됐다. 엔비디아의 가상 공장에서 현대차그룹의 AI로 신기술을 검증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를 열고 사람의 손과 경험에 의존하던 제조 공정을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로봇 팔, 스스로 위치 읽고 용접 경로 만든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자동화' 과정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의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하기 어렵거나 반복 부담이 큰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작업자는 판단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도록 제조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차체에 용접점을 찍는 작업부터 허리를 숙여야 하는 차량 하부 부품 조립까지 노동자에게 부담스러운 작업들은 로봇이 도맡는다.

신공장 로봇은 1700여 곳에 달하는 용접점을 찾아 작업을 수행한다. 작업대 위 차체가 조금만 틀어져도 센서로 위치를 파악하고 확인한 위치 정보를 기억해 작업을 이어갔다. 정해진 좌표만 따라 움직이는 기존 자동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작업 대상의 위치를 읽고 대응하는 셈이다.
 
로봇을 가르치는 방식도 '업그레이드' 됐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로봇 팔을 수동으로 움직여 용접 위치와 작업 경로를 하나씩 입력해야 했지만, 현대차 공장에서는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경로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노동자가 로봇 팔을 직접 움직이며 동작을 일일이 가르치는 '티칭'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그룹 제공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그룹 제공
작업자의 허리 부담을 줄이는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차량 하부에 도어 가니시를 붙이는 작업은 몸을 숙인 채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맞춰 눌러야 해서 대표적으로 부담이 큰 작업으로 통한다. 현대차 공장에서는 이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로봇 팔 끝에 장착한 미세 진동 장치가 부품의 위치를 찾아낸 뒤 1차로 가압하고, 결합 상태를 확인한 다음 2차로 눌러 고정한다. 부품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결합됐는지 확인하는 과정까지 자동화한 것이다. 이 기술은 내년 1월부터 광주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길고 유연한 고무 부품인 웨더스트립을 끼우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형태가 쉽게 변하는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맞춰 고정해야 해 작업자의 숙련도와 정밀한 손동작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이를 대신한다.

웨더스트랩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그룹 제공웨더스트랩 자동 장착 기술. 현대차그룹 제공
물류 현장에서는 로봇끼리 협업한다. 물류로봇은 지정된 경로를 따라 필요한 부품을 운반하고, 다른 로봇과 통신하며 이동 상황을 공유한다. 개별 로봇이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여러 로봇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장 안의 물류 흐름을 맞추는 것이다.

신기술은 엔비디아 가상공장에서 먼저 검증한다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전 신기술을 검증하는 과정에도 AI가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3차원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로봇 시뮬레이션 도구 '아이작 심(Isaac Sim)'을 활용해 가상공장을 구현하고 로봇과 작업 공정을 검증하고 있다.

가상공장은 실제 공장과 설비, 로봇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다. 로봇이 어떤 경로로 움직여야 하는지, 작업 중 설비나 주변 물체와 간섭이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전에 살펴볼 수 있다. 로봇의 동작을 가상공간에서 시험하고 수정한 뒤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폴라리스 디지털 트윈 시연. 현대차그룹 제공폴라리스 디지털 트윈 시연. 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의 유연체 시뮬레이션 기술을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에 양산 적용했다. 형태가 고정된 물체뿐 아니라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물체의 거동까지 가상공간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작업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이다.

가상공장과 실제 생산현장을 잇는 또 다른 축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제조 AI 에이전트 '폴라리스(Polaris)'다. 제조 데이터를 분석해 현장의 판단과 대응을 돕는 시스템으로, 울산 EV 전용공장에 적용됐다. 품질 이상 징후를 일찍 찾아내고 설비 상태를 분석해 고장을 예방하는 등 생산 데이터가 실제 조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장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는 데이터 조회·해석, 제조 노하우 검색, 설비 매뉴얼 작성 등도 지원한다. 작업자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 여러 시스템을 오가는 대신 AI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가상공장 기술이 로봇과 공정을 현실에 투입하기 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면, 폴라리스는 실제 공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노동 위험 덜어낸다…전면 자동화 추진

현대차그룹이 내세우는 자율운용 공장의 목표는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며 최적화되는 제조 환경을 만드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E-FOREST센터장 최영태 상무는 "로봇과의 협업으로 작업자들은 안전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고 가치 창출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단순) 노동에서 해방되고 고부가 가치 영역으로 역할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율운용 공장이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기술을 실증하고 표준화한 뒤 신공장과 기존 공장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등에서 검증한 기술을 생산 현장으로 확산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 신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면 자동화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장마다 따로 개발하던 시스템과 데이터를 공통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다. 표준화된 기반이 마련돼야 한 공장에서 검증한 기술을 다른 공장에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고, 제조 데이터가 쌓일수록 AI의 분석과 로봇의 작업 능력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서는 신제조기술 발표 대회 및 협력사 세미나도 진행된다. 새로운 제조기술 발표 대회에서는 글로벌 생산공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신기술 사례를 공유한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협력사 세미나에서 △피지컬 AI △데이터 기반 제조 혁신 △제조 AI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를 진행해 산업 전체의 기술 수준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혁신 제조기술의 우수성과 실용성을 업계와 협력사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생산 공장에 신기술 활용 분야를 더욱 확대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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