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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은 예고 없이 오지 않았다…이상행동 관리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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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영등포·미아역 흉기 난동…범행 전 이상 징후 명백
불특정 다수 겨냥한 범죄, 이상행동 간 연관성 파악 어려워 관리 한계
공공장소 흉기 소지 1193건 적발…사전 위험 차단할 제도적 장치 필요
전문가들 "응급입원 절차 간소화·보호관찰 인력 확충 시급"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 A씨가 16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 A씨가 16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흉기 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사건에서는 범행 전 흉기 소지와 괴성, 재물손괴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제 난동으로 이어지기 전 위험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과 9범·괴성·재물손괴… 범행 전 '위험 신호'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복합상가에서 최충락(59)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10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충락은 2015년 이혼한 전 부인을 찾아가 흉기로 7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돼 살인미수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전과 9범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에는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번 범행 당시에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강공원 인근에서 40대 남성 천모씨가 흉기를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인근 카페로 대피했고, 카페 주인이 문을 잠그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천씨 역시 범행 2주 전 아파트 놀이터에서 혼잣말을 하고 괴성을 질러 경찰이 출동했으며, 당시 귀가 조치됐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 김성진(33)이 진열된 흉기를 꺼내 일면식 없는 시민들에게 휘둘렀다.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40대 여성 1명이 다쳤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김성진은 2013년 '상세불명의 인격장애' 등을 진단받은 뒤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하기를 반복했다. 2023년 11월 마지막 처방을 받은 뒤에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후 이웃과 층간소음 분쟁을 자주 겪었고, 술에 취해 공용물을 부수기도 했다. 범행 두 달 전인 2월에는 의류매장 유리창에 벽돌을 던져 깨뜨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재물손괴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시 사고 칠까 걱정"… 이상행동 관리 한계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3일 인천 흉기 난동 현장을 찾아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3일 인천 흉기 난동 현장을 찾아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 사건 모두 범행 전 이상 징후가 있었지만, 이를 포착해 범행을 예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되는 범죄는 신고가 접수되면 재범 위험성을 따져 별도로 관리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개별 이상행동과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워, 관련 징후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들도 사전 대응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간부는 "단순히 난동을 부리는 것만으로는 구속영장을 신청해도 발부되지 않고, 발부되더라도 인권침해 논란이 따른다"며 "그냥 돌려보내면 몇 시간 뒤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의 수사과 소속 경감도 "구속 여부는 위험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며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가능성, 과거 범죄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에 한 번의 행위만으로 강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처벌·교정·관리 한계…"경찰 면책 범위 넓혀야"

2023년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가 신설되면서 관련 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은 전보다 강화됐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공장소 흉기 소지 사건 1193건이 적발돼 1164명이 검거됐다. 하루 평균 약 2건이 적발된 셈이다. 영등포 사건 역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피의자 천씨는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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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행법은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범행 전 위험 징후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염건웅 교수는 처벌 수위가 낮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인천 사건 피의자도 전(前)처를 살해하려 했는데 징역 4년에 그쳤다"며 "사법부가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사회로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창현 교수도 "후속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원이 강력한 형을 선고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정시설과 출소자 관리 체계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염 교수는 "교정시설이 포화 상태라 법원도 이를 감안해 양형 기준상 가장 낮은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관찰관도 인력이 너무 적다. 관리 대상자는 늘어나는데 담당 인력은 충원되지 않는다. 스마트 장비만 지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위험 징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선 경찰 간부는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 절차라도 간소화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권침해를 고려해 가족 동의와 전문의 진단서를 요구하는 식으로 복잡해졌는데 이를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염 교수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면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입원 조치에 따른 책임도 경찰에만 지울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치료로 연결하고 범죄를 미리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순찰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염 교수는 "지금은 순찰 사각지대들이 있다"며 "마트나 은행 같은 다중운집시설은 사람이 많아 안심하고 다니다 보니 오히려 순찰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 순찰을 기본으로 하되 차량 동선이 닿지 않는 시설은 도보 순찰을 늘리고, 인력이 부족하고 관할이 넓은 지방은 로봇이나 드론 활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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