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김현정의 고수다' 캡처연일 이어지는 코스피 급락세 속에서 대한민국 투자자들의 비명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봄 유례없는 불장 속에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휩싸여 빚을 내고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했던 이들이 고점 물림과 함께 심각한 후폭풍을 맞닥뜨린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 유튜브 채널 <김현정의 고수다>에 출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의 고백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엘리트 의사인 박 원장은 '자신도 과거 주식 투자로 전 재산과 다름없는 3억 2천만 원을 날리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면서 주식 우울증의 실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인생을 잃었다"… 15년 모은 돈 3억 2천만 원을 증발시킨 의사의 고백
박종석 원장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주식 중독과 실패의 상처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2015 당시 결혼 전세금과 부모님 부양을 위해 15년간 과외 등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 3억 원에 의사 대출 1억 원을 더해 총 4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79%의 손실을 보았다.
박 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돈을 잃은 게 아니라 인생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 달 월급이 하루 만에 불어나던 환상에 취해 정치 테마주, 고위험주, 레버리지 투자를 거듭하다 결국 3억 2,1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아껴 쓰고 차도 안 사고 여행도 안 가며 모았던 세월이 허무해졌고, 36살부터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박탈감과 자책감에 시달렸다"라며, 결국 성인 ADHD 기질과 맞물려 멈추지 않는 매매 반복 속에서 극단적인 우울감에 빠져 오피스텔 창문에 걸터앉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주식 우울증과 중독의 실체: "뇌를 망가뜨리는 만성 스트레스"박 원장은 주식으로 인한 손실이 단순한 기분 저하를 넘어 의학적인 '우울증'과 '중독'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주가 하락과 함께 편도체는 끊임없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뇌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카테콜아민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불면증과 극심한 소화 불량이 찾아오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주변 사람들에게 날카롭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결국 대인관계가 무너지고 직장 집중력이 저하되며, 심한 경우 빚을 갚기 위해 횡령이나 파온·이혼 등 일상 전체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
박 원장은 "우울증과 중독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이 에너지가 고갈되고 무기력해지는 상태라면, 주식 중독은 우울과 불안이라는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빨리 도망치기 위해 자꾸만 다시 주식 창을 들여다보게 되는 도파민 회로의 질환이라는 설명이다. 평소 도파민 성향이 강해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내기나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나는 안전할까? '주식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박 원장은 스스로가 주식 중독 고위험군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14가지 자가진단 문항을 공개했다.
① 주식 투자 때문에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태도를 지적받은 적 있다
② 주식을 이유로 가족과 다투거나 큰 소리를 지른 적 있다
③ 주식 투자를 하면서 변명이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④ 손실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⑤ 주식 투자 목적으로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빌린 적 있다
⑥ 선물 옵션이나 레버리지에 투자하고 있다
⑦ 학비, 생활비, 대출 상환금 등 꼭 필요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⑧ 단타 매매를 주로 하고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
⑨ 급등주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상한가 따라잡기, 상따를 해본 적 있다
⑩ 신용 또는 미수 거래를 해본 적 있다
⑪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 불면증이나 불안 증세가 생겼다
⑫ 업무 시간에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주식 창을 확인한다.
⑬ MTS 또는 HTS를 지운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설치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⑭ 월요일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 주말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0~3개: 정상 범위 / 4~7개: 고위험군 (주의 필요) / 8개 이상: 주식 중독 의심 (상담 고려) 11개 이상: 지체 없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센터를 찾아야(위험 단계)
주식 우울증과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박 원장은 지옥 같은 우울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올려준 것은 거대한 행운이나 큰돈이 아니라, 곁을 지켜준 친구의 따뜻한 손길과 소소한 일상 회복의 루틴이었다고 강조했다.
자기 자신을 더 미워하지 않기실패했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가혹하게 자책하고 탓하는 되새김질을 멈춰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더 이상 미워하는 것만큼은 멈춰야 회복의 에너지가 생긴다.
지푸라기를 향해 헤엄치기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가라앉고 있다고 느끼지만, 마음속의 작은 희망(지푸라기)을 향해 움직일 때 비로소 내가 헤엄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솔직하게 손을 내밀거나, 그것조차 어렵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을 '감기'처럼 대하기박 원장은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걸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 같은 보편적인 과정"이라며, "면역력이 떨어지면 독하게 앓듯, 삶의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통과점으로 여기고 주변의 도움과 일상 회복(산책, 취미 등)을 통해 견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주식 하락장으로 괴로워하는 투자자들이 고립된 채 혼자 가슴앓이하지 말고,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거나 병원을 찾아 지친 뇌와 마음에 쉴 틈을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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