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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형 백화점들… 생존까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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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아울렛''에 뺏기고 ''면세점''에 치여.. ''최악의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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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UTBIZ
한국 사회에서 고급 소비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백화점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대형백화점들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 비례해 매출과 외형을 키우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경기와 시대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백화점이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깝게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20%를 육박하는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근년에 보기 힘든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백화점도 유럽 등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불경기 속의 고물가행진, 소비심리위축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9,10월을 지나면서 백화점 업계에 덮친 불황은 매출신장률을 반토막도 아닌 1/3토막 내놓고 말았다.

신세계와 롯데를 비롯한 주류 백화점들은 올 상반기 중 매출신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백화점 명품매장은 평일에는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이고 의류패션매장은 주부고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지만 가격흥정이 좀처럼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김 모(38) 씨는 "가끔 백화점을 찾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어려워진 가계형편 때문에 백화점으로 가는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한 관계자는 13일 "최근 백화점 매출이 줄고 찾는 고객도 줄어드는 등 사정이 워낙 어려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백화점들은 줄어드는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매출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남과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명품이나 고급브랜드 세일 광고를 게재해 부유한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고 광고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거의 세일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들도 세일대열에 합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최근 명품브랜드 세일을 실시한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시즌오프행사에(일종의 세일) 디젤·헤지스·갭·DKNY·아르마니주니어 등 노 세일 브랜드 대거 참여시켰고 22일부터 시작되는 세일에는 빈폴·폴로·타미 힐피거 등도 참여한다.

신세계에 따르면 이번 세일에 참여하는 고급브랜드나 명품브랜드는 모두 70여개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정기세일을 한 달로 늘려 실시하려는 입점 의류판매제조업체가 많아 여름세일기간을 1달로 늘려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통상 정기세일은 17일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세일기간을 한 달로 늘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문 경우다. 이럴 경우 사전에 진행하는 브랜드 세일기간을 합쳐 전체 세일기간이 40일 가까이 늘어난다.

롯데에 입점한 명품업체들도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샤넬을 제외한 전 브랜드가 이미 세일에 동참했거나 세일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여름 세일 기간을 한 달로 늘리는 방안을 고심중이어서 백화점 업계가 올 여름 정기세일을 한 달 동안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들이 불황을 이기기 위해 비싼 의류와 패션잡화들을 싼 가격에 방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백화점 불황은 국내 불경기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이미 국내 유통업계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지금껏 국내의 고급의류 시장은 백화점이 거의 석권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중후반들어 백화점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채널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들이다.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아직 영업 초기인데다 소싱능력에도 일부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들의 명품사랑 욕구를 채워줄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며 수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 모(회사원,32) 씨는 "최근 백화점 안 가 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며 "옷이나 신발 등 신변잡화를 쇼핑할 때 가장 선호하는 곳은 아울렛 매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 모(40) 씨는 "백화점은 다른 매장들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고 외국에 비해서도 터무니 없이 비싸서 쇼핑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주로 아울렛이나 시내 무명 디자이너 매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고급 소비재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따른 매출부진에다 백화점을 대체할 유통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백화점의 신선식품매장은 대형마트와 농협 마트 등이 전통시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대형마트간 가격경쟁은 백화점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백화점에서 먹거리 쇼핑을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백화점의 주력 품목인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는 면세점들과 명품 아울렛의 약진에 위축되고 있다. 백화점을 찾던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면세점으로 몰리고 있고 국내 중산층 고객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조금이라도 값이 싼 아울렛 매장을 선호하는 트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TV와 컴퓨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전문 양판점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들이 줄어든 유통마진을 가격에 반영시키면서 비약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산업 전반의 빠른 구조조정 물결이 백화점 업계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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