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 '시계제로'[베이징노트]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법무부, 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출국금지로 尹 '외교권' 사실상 박탈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인 외교권을 국무총리가 대행? '명백한 위헌'
與 반대로 탄핵안 부결…트럼프 2.0 시대 외교 마비 '장기화' 우려 ↑
'코리아 디스카운드' 현실화…포브스 "그 대가, 국민이 할부로 지급"

연합뉴스연합뉴스
법무부가 12·3 내란사태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9일 출국금지 시켰다.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의 출국금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헌법 66조 1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란사태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를 당하며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외교권'이 사실상 박탈된 상태다.

이는 곧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이가 없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한 총리는 "여당과 함께 국가 기능을 운영하겠다"고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반헌법적 발상이다. 대통령이 탄핵 당하거나 하야하지 않고 버젓이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총리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외교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친위 쿠데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우원식 국회의장)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국무회의를 열 것을 건의하며 계엄령의 판을 깔어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내란사태에 가담, 혹은 방조한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언제 총리에서 내란사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그가 대통령을 대신해 외교권을 행사한들 상대국이 이를 인정해줄 가능성은 만무해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현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를 앞두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미국 투자 한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폐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내란사태로 트럼프 2.0 시대를 준비할 외교라인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게 돌파구를 마련한 대중 외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관계는 올해부터 중국의 입장변화로 어렵게 개선흐름을 맞았지만 내란사태로 다시 '시계제로' 상황에 처했다. 당장 트럼프 복귀를 맞아 대중관계를 재정립하고, 대중외교 전략 역시 다시 짜야 하지만 대통령의 외교권이 사실상 박탈돼 이를 주도할 주체가 부재한 상태다.

이를 두고 미국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복귀 등의 상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대비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아시아 계엄령'을 떠올리면 이제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에 이어 대한민국을 떠올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7일 국민의힘의 반대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이같은 대한민국 외교의 시계제로 상황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탄핵안을 다시 표결할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오지 않는 한 탄핵안은 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환율이 탄핵안 부결 이후 폭등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2년 10월 26일(1432.4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이날 각각 2.78%, 5.19% 급락했다.

이번 내란사태와 탄핵안 부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에 대한 대가는 대한민국의 5100만 명의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포브스의 지적이 뼈아프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