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운운하더니 결국 경찰에 떠넘겨…'尹 수사' 골든타임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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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집행 이유 묻자 "협조해 줄 거라 생각"
현장 의견 대립도 사실상 인정…"여러 의견"
"경찰이 영장 집행은 최고…적법하게 일임"
尹 측 "지휘권 없는 공수처, 공사 하청주듯"

박종민·류영주 기자박종민·류영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떠넘겼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공수처가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체포영장을 결국 남의 손에 쥐여준 것이다. 법조계에선 "경험도 능력도 부족한 기관이 대통령 수사를 떠안아 신병 확보에 나선 결과로 골든타임을 허비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경호처 반발 예상 못했다"…경찰에 집행 일임


공수처 이재승 차장은 6일 "전날 밤 9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와 대치 5시간 만에 '안전상 이유'를 들며 돌아섰다. 공수처는 체포 불발 사유를 묻자 "1차 집행 때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 측의) 협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당시 영장 집행에 반발하던 경호처 인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인지를 두고 경찰과 의견 대립이 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 차장은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체포하자는 의견은) 여러 생각 중 하나"라며 "물리적 충돌의 개연성이나 돌발 상황 등으로 인한 불행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공수처가 그런 (체포하지 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고생은 경찰이 다 하고 수사만 하겠다? 황당"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오동운 공수처장은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사건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뒤 국회에 나가서는 "내란죄 수괴에 대해선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면서 '긴급체포'까지 거론했다.

그랬던 공수처가 경호처 반발로 영장 집행 시도가 한 차례 꺾이자 자신들이 적법하게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경찰 손에 쥐여준 것이다. 공수처는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차장은 "공수처의 법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을 활용하는 등 공조수사본부 체제의 장점이 있고 잘 협조하고 있다. (대통령 체포 후 조사는) 공수처가 주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사안을 지나치게 준비 안 된 상태로 접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이 이렇게 반발할 줄 몰랐다"는 상황 인식이 대표적으로 지적된다. 한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물리적 충돌 상황이 벌어질 것 같으니 갑자기 자기들만 쏙 빠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사건 자체를 이첩한 것도 아니고 영장만 넘겨받은 경찰도 황당할 것이다. 고생은 경찰이 다 하고 잡아 오면 수사만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위법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를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는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없는데도 경찰을 하부기관처럼 다루고 있다"며 "공사 중 일부를 하청주듯 다른 기관에 (영장 집행을) 일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전문성은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최고"라며 "경찰의 전문성과 현장에서의 지휘 효율성 등을 고려해 경찰에게 체포영장 집행을 적법하게 일임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시한이 끝나는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의 유효 기간을 추가로 연장해달라고 신청할 방침이다. 다만 얼마나 연장할지는 "경찰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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