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순직해병대원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검팀이 1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 고 채수근 상병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이 2일 수사를 본격 개시하며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첫 소환 조사한다. 고(故) 채수근 상병이 속했던 부대 총책임자인 임 전 사단장을 대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및 수사 외압을 통한 '불법 구명로비'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전 사단장은 앞서 경찰 수사에서 채상병 사망과의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유족들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왔고, 특검이 이를 넘겨 받게 됐다. 특검이 혐의를 새롭게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 수사 개시하는 순직해병 특검…첫 소환자는 임성근 전 사단장
순직해병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현판식을 진행한다. 이 특검은 지난달 12일 임명된 뒤 특검팀 준비에 매진해왔으며, 준비가 완료된 뒤 전날 채상병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특검은 수사 개시 첫날인 이날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을 부른다. 첫 소환 조사다. 이 특검은 임 전 사장에 대해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가장 밀접히 관련 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상대로 사건 경위 및 당시의 구체적 지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부대장이었다. 채상병은 당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강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사망했다. 임 전 사단장은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의혹으로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아왔다.
경북경찰청은 1년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7월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임 전 사단장이 총괄 관리 책임은 있지만 사건 전후 과정 등을 볼 때 채상병 사망과의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 수사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고 대구지검은 지난해 그를 피의자로 재분류해 압수수색 등 수사를 이어왔다.
대구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특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의혹이 남는 '바둑판식 수색' 지시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색 현장에 투입됐던 한 해병대원은 해병대수사단 조사에서 바둑판식 수색 지시로 대원 간 간격이 넓어져 사고 구조가 어려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바둑판식 수색 지시는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하달됐으나, 임 전 사단장은 해당 지시는 수색 방법 중 하나일 뿐 수색 대형과는 관계 없으며 수중 수색도 직접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특검은 위험한 수색 방식을 누가 지시했는지, '바둑판식 수색'이 원인이었는지 등 사고의 인과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실치사 혐의 등 입증 주목…불법 구명로비 의혹도 조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류영주 기자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대상으로 수사 외압을 통한 '불법 구명로비' 의혹 등도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은 채상병 순직 후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임 전 사단장이 처벌받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해왔으며, 특검이 넘겨 받았다.
임 전 사단장은 애초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지만,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결재 번복' 이후 이뤄진 재조사에선 피의자에서 제외된 바 있다.
당시 김건희씨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주변에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고, 이후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과 김건희씨, 이종호 전 대표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의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자료를 특검팀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특검은 김건희씨도 필요할 경우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 특검은 '김 여사가 소환에 불응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원칙적으로는 체포영장을 발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은 김건희 특검팀과 순직해병 특검팀의 공통 수사 대상인데, 순직해병 특검팀이 먼저 수사하기로 조율을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