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파주시-납북자가족모임,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공식 선언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해 10월부터 대북 전단 살포 행사를 했던 납북 피해자 가족 모임이 전단 살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8일 공식선언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오전 파주시 임진각 한반도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 2층 야외 쉼터에서 파주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최성룡 대표 "남북대화 재개위해 결정…동참해달라" 호소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오늘부로 납치된 가족 소식지 보내기를 전면 중단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 대화를 빨리하기 위해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같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통일부 정동영 장관 후보자와 김남중 차관, 윤후덕 의원한테 직접 전화를 받았고 마음이 흔들렸다"며 "몇몇 전단 살포 단체들과 통화도 했다"고 전단 살포 중단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성에서 비공개라도 이산가족과 국군 포로, 납북자들이 천륜의 아픔을 가진 가족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며 "이재명 정부는 가족들과 원활한 소통과 대화로 천륜의 한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대표는 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이 납북자 피해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될 경우 전단 살포를 중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지난달 24일 최 대표에게 전화해 전단 살포의 중단을 요청하면서 남북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파주시-납북자가족모임, 대북 전단 살포 중단 공식 선언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경일 파주시장과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대북전단 살포 중단 선언문을 발표한 후 손을 맞잡은 채 인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후덕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끄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그널"
기자회견에는 김경일 파주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파주시갑),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 납북 귀환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남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른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도 중단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시장은 "파주 시민들은 지난 1년여간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대북·대남방송으로 고통받아 왔다"며 "다른 단체들도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항구적으로 유지되도록 납북자 가족의 결단에 동참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선언에 대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끄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해 10월 파주 임진각에서, 1970년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고교생 등 전후 납북자 피해 문제를 남북 양측에 알리기 위해 전단 살포를 재개했다. 이 단체는 2008년부터 대북 전단을 날려왔으나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가 10여 년 만에 다시 공개 살포에 나섰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임진각에서 공개 살포 행사를 열었지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접경지역 주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이들은 올해 4월 27일 파주 임진각, 5월 8일 강원 철원군, 지난달 2일 파주 접경지에서 각각 비공개로 대북 전단을 날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