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정부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의 구금 과정 중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지적과 관련, 기업이 주관하는 전수조사 절차를 거친 뒤 필요시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구금시설과 인권침해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단 기업 측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문제 내용을 조사한 후 필요하면 정부 차원에서 인권침해를 다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 조지아주에서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 중 일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구금 과정에서 수갑과 쇠사슬을 찬 근로자들 모습. 연합뉴스이들은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체포됐고, 곰팡이가 핀 침대 매트와 벌레가 떠있는 물 등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민당국 직원들은 이들에게 '노스 코리아(북한)', '로켓맨' 등의 조롱 섞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현지에서 이뤄진 영사접견에서 인권침해 사례를 보고받지 못했다면서도 "한국 측에서 불법과 인권침해가 있는지 시시비비를 오래 가리다 보면 우리 국민의 조기출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총영사관 측이 여기서 사인하라는 것에 무조건 사인하라고 했다'는 구금자의 증언에 대해서는 "구금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미측과 어렵게 합의한 자발적 출국을 빨리 이뤄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구금된 국민들께 내부 양식에 서명해주시길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미국 이민당국의 자진출국 서류양식에는 '체류요건 위반'을 인정하는 항목에 표시를 하게 돼있지만, 양국 협의를 통해 이 부분에 표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귀국한 구금자가 소지한 단기상용 비자(B-1 비자)는 이번 사태로 무효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교섭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B-1비자의 체류자격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광범위한 방향으로 미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간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에 대해서는 "외교부와 국무부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기업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유관 부처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실무협의 그룹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