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에선 이를 진화하겠다며 공급 대책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등 여론전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내부 인사 중에서도 갭투자·다주택자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사다리 걷어차기' 프레임에 빠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고가 주택을 소유하거나 다주택자를 규제할 '보유세 인상'에 대해선 "표 떨어진다"며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에 대한 진정성 논란도 제기된다. 야권의 공세를 막기 위해 야당 대표를 '부동산 부자'라며 끌어들였지만, '무리수'란 비판도 나온다.
이상경 사임에도 李정부 '갭투자' 여전…與는 '침묵'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26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갭투자' 논란 끝에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사임한 걸 두고 "본인이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렸던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점, 국민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깊이 뉘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추진 주관자로서의 동력의 문제 등 고민 끝에 사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 이 차관의 사임을 두고 "직을 버리고 집을 택한 것", "10.15 대책에도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란 방증"이란 비판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셈이다.
그러면서도 당 차원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구윤철 기재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갭투자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정부 인사들에게 거취 표명이나 주택을 팔라고 권유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침묵'했다.
또 박 수석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여야 국회의원 모두의 부동산을 전수조사 하자"고 제안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 중 다주택자나 갭투자가 드러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후 논의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갭투자 금지'를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정부 인사나 여당 의원들 중 갭투자로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이 다수 드러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은 물론, '내로남불', '사다리 걷어차기' 등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당 차원의 조치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발언 자제령'을 내리면서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돌출적 발언을 자제해 달라"며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실언으로 여론 악화 우려가 커지자 공개적으로 '설화주의보'를 발령한 셈이다.
공급책 쏟아내지만 실효성 의문…정작 '보유세'는 함구
서울 대치 은마아파트 일대. 연합뉴스반면 여당은 '공급 대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주택시장안정화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한 민주당은 대규모 단지 유치를 위한 '부지 확충'과 '주택 정비 사업 활성화' 대책,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책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이나 재정비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단칼에 추진하기가 어려울뿐더러, 공급대책도 지금 내놓고 서두른다고 해도 4~5년 뒤에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TF에 참여 중인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재건축이나 재정비 사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속도를 높이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정치적 맥락으로 사업을 급하게 추진했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초환이 적용되는 곳은 강남의 몇 개 단지밖에 없다. 거기를 위한 제도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우선 10.15 대책의 효과를 잘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호떡집에 불난 듯 이렇게 저렇게 막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권 안팎에선 진정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고가 아파트나 다주택자를 규제할 '보유세 인상'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해 아예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뾰족한 수 없자 野만 때리는 與…무리수 비판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특별시 부동산 대책 현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여당은 10.15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폭풍을 헤쳐나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다주택 현황과 송언석 원내대표의 수십억 아파트를 거론하는 등 야당 인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무리수'란 비판이다. 장 대표나 국민의힘이 해당 정책을 추진한 것도 아닌 데다가, 10.15 대책 발표 전에 야당에 상황을 설명하거나, 야당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절차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야당 탓을 하는 건 '억지 공세'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선 재산 공개 내역에 따라 장 대표가 아파트 등 6채를 갖고 있다며 '부동산 부자', '투기성 자산', '내로남불' 등 프레임으로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에 장 대표가 "6채 다 합쳐서 8억 5천만원"이란 해명에 여당은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 아닌가"라며 재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장 대표의 재산 공개 내역이나 발언 등은 대부분 '실거래가' 기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에 "부동산 전수조사 하자"고 역공을 펴고 있지만, 이는 이미 기존 재산공개 내역에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셈이다.
물론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장 대표는 "보유한 주택 6채와 이재명 대통령의 아파트와 바꿀 용의가 있다"고 하는 등 오직 정쟁만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민 등의 표를 의식해 '보유세 인상'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을 물으면 "부동산정상화특위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뒤로 미루고만 있다. 여야 모두 진정성·실효성 있는 대책보단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