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척 규정 후퇴에…조희대, '딸·사위 로펌 사건' 전합서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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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대법관의 친족이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사례가 늘자 대법원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사건배당 규정을 완화했다. 주심만 맡지 않으면 이해관계 있는 로펌이 수임한 사건이어도 관여가 가능해졌다.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공정해 보여야 한다. 대법원은 '공정한 외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변호사 3만명 시대, 대법관 증원까지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새롭게 대두될 문제들을 짚어봤다.

[법조인 가족, 어쩔 수가 없다?②]
조 대법원장 딸·사위, 이흥구 대법관 부인 '지평' 근무
조희대 취임 후 첫 전합 공개변론, 지평 수임 사건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규정 완화로 심리 가능해져
"원칙 후퇴" "사법신뢰 저하 우려"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입장,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입장,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서경환 대법관, 김앤장 사건 못 맡는다…아들 변호사 취업
②[단독]제척 규정 후퇴에…조희대, '딸·사위 로펌 사건' 전합서 심리
(계속)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사건은 조 대법원장의 딸과 사위가 소속된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이 수임한 사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대법원의 사건 배당에 관한 내규대로라면 조 대법원장은 심리에서 제척됐어야 하지만,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규정을 완화하면서 조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의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아 관여할 수 있었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전원합의체가 선고한 20개 사건 중 법무법인 지평이 법률대리한 사건은 2건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차별구제청구 소송(2022다289051)과 △담배 폐기물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2021두35834)이다.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지평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 책임을 물은 원고 측을 대리해 승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담배 폐기물 소송에선 지평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를 청구한 한국필립모리스 측을 대리했다.
   
조 대법원장의 딸과 사위는 지평 소속 변호사로 근무 중이지만 위 사건들의 법률대리인으로 소송에 관여하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흥구 대법관의 부인 김문희 전 부산지법 서부지원장도 2021년부터 지평 부산사무소에서 근무 중이지만, 해당 사건들을 직접 맡진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8호는 '법관의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한다. 조 대법원장과 이 대법관의 친족이 직접 맡는 사건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소속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이라면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둔 셈이다. 혹시 모를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한 사법 신뢰 외관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도 권고의견과 마찬가지로 '(친족이 소속된 로펌이 수임한 사건을) 해당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주심이나 재판장이 아닌 소부 구성원으로서 비교적 간접적으로 사건의 심리에 참여하는 것조차 금지해왔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재 대법원에서 그러한 '원칙'은 변화한 재판 현실에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 대법원장(당시 대법관)과 김선수·노정희·김재형 대법관의 가까운 가족들이 지평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화우, KCL 등 로펌 변호사로 근무해 사건 배당에 제약이 커지자 2018년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다.

우선 사건 배당 내규를 '(공정성이 우려되는 사건의 경우) 해당 대법관에게 주심 배당하지 않는다'고 고쳤다. 주심을 맡는 것만 아니면, 소부에서 심리에 참여하는 것은 열어둔 셈이어서 당시 논란이 됐다.
   
또 김 전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의 경우 (일률적인 제척기준을 두기보다는) 대법관이 개별 사건마다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이 예상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회피하는 것이 어떠하냐'는 취지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안건을 올렸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전원합의체의 대체 불가성 등을 고려해 김 전 대법원장의 의견을 수용했다. 권고의견 제8호를 전원합의체 사건에 적용할 때는 당해 대법관이 스스로 판단해 회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재판의 공정성과 그 외관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대법관회의에서 마련하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2019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제3조의2(전원합의사건의 회피 등) 규정을 신설했다. 대법관의 배우자 등 친족이 변호사로 근무하는 로펌이 전원합의사건을 수임한 경우 해당 대법관이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스스로 회피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고려 사항으로는 친족인 변호사와의 촌수나 친밀도, 소송의 결과에 따라 친족인 변호사가 얻는 경제적 이익, 그의 실질적인 사건 관여 가능성과 해당 로펌에서의 지위, 사건의 성격 등을 명시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몸담은 로펌의 사건이라고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실무적인 문제를 낳을 순 있다"면서도 "일선 법원이 아닌 대법원이고, 특히 전원합의체 사건이라면 오히려 그 중대성을 고려해 더 엄격히 원칙대로 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고위법관의 배우자와 자녀가 해당 로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기대감을 가진 고객들이 몰린다"며 "실제 그들이 집에서 만나는 고위법관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대를 방치하는 것은 사법에 대한 신뢰나 공정한 외관과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적인 난관을 원칙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풀어선 안된다"며 "최소한 어떠한 사건에서 회피 고려 사유가 생겼는지, 어떤 근거로 회피하지 않기로 했는지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공정성을 지켜야 할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사례"라며 "공정한 심리와 판단을 위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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