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과실치사 혐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 특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당시 해병대 지휘관 5명을 기소했다. 순직 사건 발생 2년 4개월, 해병특검 출범 130여 일만에 첫 기소다.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보는 10일 브리핑에서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경북 예천군 수해 복구 현장을 총괄한 신속기동부대장인 박상현 전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모 포7대대 본부중대장 등 4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 됐다.
당초 경북경찰청이 송치했던 포7대대 본부중대 간부,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2명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이다. 당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허리 깊이로 들어가 수중수색을 하도록 하는 등 안전 주의 의무를 저버린 혐의를 받는다.
'채해병 과실치사 혐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바둑판식 및 수변으로 내려가 찔러보는 방식 등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지시했고, 가슴장화를 확보하라고 하는 등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임 전 사단장이 현장지도, 수색방식 지시, 인사명령권 행사 등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명령을 위반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이같이 무리한 수색 지시를 내린 배경으로 언론 홍보와 수색 성과를 의식한 점을 꼽았다.
임 전 사단장은 수색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언론보도 스크랩을 보고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칭찬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종민 기자그가 대원들의 수중수색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묵인·방치한 점도 적시됐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과 관련한 영상뉴스 링크를 수신한 점, 사고 직후 이 전 포7대대장과 통화에서 "니들이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지침을 줬냐"고 말한 점 등 수중수색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다수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또 경찰 수사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관계도 포착했다.
임 전 사단장이 경찰 수사에 참여한 공범 및 부하들에게 연락해 진술 회유를 시도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사진을 휴대전화 보안폴더로 옮겨 은닉하려 했던 점도 파악한 것이다.
해당 사진은 임 전 사단장이 지난 7월 특검에 제출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임 전 사단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출하기 전 특검팀이 자체적인 포렌식을 한 결과를 토대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는 일부 지휘관들이 특검 조사에서 "실종자를 발견하면 포상휴가를 주겠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는 등 수색 성과를 압박받은 정황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7월 출범과 동시에 대구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순직 사건 전후 상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80여명의 해병대 병사들을 조사하고 경북 예천과 포항 등 현장 방문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정 특검보는 "이 사건은 군 복무 중이던 20살 청년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여러 해병대원이 물에 빠져 생명과 신체에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던 중대 사건"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