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낭만러너' 심진석. 이우섭 기자"오버페이스를 하든, 안 하든 기록은 똑같더라고요."대부분 러너가 레이스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오버페이스'다. 초반부터 너무 빠르게 달리면 후반에 쓸 힘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낭만러너' 심진석은 다르다. 출발선이 열리면, 결승선까지 '전력 질주'로 내달린다.
5㎞ 개인 최고 기록은 15분 41초. 1㎞를 평균 3분 08초 페이스로 뛰는 셈이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19.1㎞/h에 달한다. 10㎞ 개인 최고 기록은 31분 47초다. 하프 마라톤(21.0975㎞)에서는 1시간 11분 01초, 풀코스(42.195㎞)에서는 2시간 31분 15초의 개인 기록을 보유 중이다.
러닝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가 됐다. 비계공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시절, 안전화를 신고 매일 10㎞ 넘는 거리를 뛰어 출근하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졌다. 덕분에 '낭만러너'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다 보니 심진석을 향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졌다. '오버페이스만 안 하면 기록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끊임없이 나온다. 심진석은 최근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전국마라톤협회(이하 전마협)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나 이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역주를 펼치는 심진석. 전국마라톤협회 제공현재는 비계공 일을 그만뒀다. 전마협 소속 직원 겸 선수로 활동 중이다. 회사 숙소에서 지내기 때문에 출퇴근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심진석은 팬들이 우려하는 자신의 '공격적인 레이스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사람에게 많은 의견을 들었어요. '힘을 비축해 뒀다가, 마지막에 더 빠른 속도로 뛰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버페이스를 하든, 안 하든 기록이 똑같더라고요. 변화를 주려고 몇 번 시도를 해본 적도 있는데, 성적에는 별 차이가 없었어요."다만 올해부터 초반 속도를 조금씩 줄이려 하고는 있다. 심진석에 따르면, 작년까지 가장 빨랐던 1㎞ 페이스가 2분 49초 수준이었다. 올해는 3분 10초~15초 정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심진석이 뛰는 양 역시 큰 화젯거리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서도 '가볍게' 21㎞를 뛰고 왔다며 웃었다.
러닝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남다르다. 작년 11월 8일과 9일 이틀 연속 풀코스를 뛰고 모두 1위를 차지한 경험을 꼽았다.
"이틀 연속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어요. 첫날에는 해남 땅끝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31분 20초, 다음날에는 해남 부여 굿드레 마라톤에서 2시간 36분 50초로 우승했어요."
심진석 제공훈련량은 말할 것도 없다. 매일 뛰는 것은 당연하고, 상황에 따라 거리 조절도 한다.
"풀코스 경기가 있으면 2~3일 전에 무조건 45~50㎞ 정도 장거리 훈련을 해요. 하프 경기가 있으면 주중에 25~30㎞를 한두 번 정도 뛰어요. 별 일정 없을 때는 10~15㎞ 조깅을 해요."심진석의 5월 마라톤 대회 기록 성적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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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 보성 녹차 마라톤 풀코스 종합 2위(2시간 38분 21초) 10일 -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하프 종합 2위(1시간 17분 59초) 17일 - 식품 안전 마라톤 4㎞ 종합 1위(13분 20초) 23일 - 안양천 장미꽃 축제 마라톤 하프 종합 1위(1시간 15분 11초) 30일 - 강남 하프 레이스 종합 1위(1시간 15분 26초) 31일 - 여의도 밤섬 마라톤 하프 종합 1위(1시간 16분 4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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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뛰어도 정말 몸은 괜찮을까?
심진석은 "정말로 이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들려준 얘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올해는 10일 동안 4차례 풀코스를 뛴 적도 있어요. 기록이 전날보다 좋아진 경우도 있었어요. "실제로 심진석은 지난 4월 22일 45㎞ 훈련을 한 뒤, 25일 삼척 황영조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36분 48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다음 날인 26일에는 아산 이순신 백의종군길 마라톤에서 2시간 36분 18초, 5월 2일 보성 녹차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38분 20초로 2위에 올랐다.
해발 2500m의 케냐 고지대에서 훈련 중인 심진석. '낭만러너 심진석' 유튜브 캡처지난 겨울에는 케냐로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다만 훈련 성과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해외를 간 게 처음이에요. 첫 2~3주는 많이 힘들었어요.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적응이 됐고, 그제서야 숨이 트였어요. 훈련 방식, 생활 등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어서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심진석은 국내에서 이른바 '업힐 훈련', 즉 오르막길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고지대인 케냐의 환경은 심진석에게도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한국이랑 비교가 안 돼요. 숨도 잘 안 쉬어지는 데다, 비포장 길이어서 더욱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래도 훈련은 꾸준하게 체계적으로 이어갔어요."초보 러너에게 훈련법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꾸준함'을 언급했다.
"단계적으로 거리를 늘리는 훈련을 추천해요.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을 해서, 천천히 달리면서 거리를 늘려 가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가 페이스를 올려보는 방식이 좋을 겁니다. 부상과 사고 예방을 위해서 밴드, 기구들을 활용한 보강 스트레칭 훈련도 필수죠."
마라톤 출발 전 준비 운동하는 심진석. '낭만러너 심진석' 유튜브 캡처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심진석은 '마라톤' 얘기를 꺼냈다. 다음 대회, 다음 기록, 다음 훈련만 생각하고 있다.
심진석의 일상은 오직 '달리기'로만 꽉 차 있다. 앞으로도 심진석은 누구보다 앞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