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권은희 승진시켜? 말어?'…경찰 지휘부 '속앓이'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소신발언'도 못마땅한데 승진 임용 대상이라 고민 깊어져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민 경찰’ VS ‘야권 스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소신발언을 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양 극단의 평가이다.

‘국민 경찰’을 향해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승진 대상자인 ‘야권 스타’를 지켜보는 경찰 지휘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국정원 청문회가 낳은 ‘스타’…시민들의 응원·격려 쏟아져

권은희 수사과장은 이번 청문회가 낳은 ‘스타’이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결과보고서 채택이 23일 사실상 무산되는 등 진상 규명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권 과장의 당당한 증언은 단연 돋보였다. 보수 언론조차 그를 ‘스타’라고 부르고 “(야권이)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아냥댈 정도이다.

특히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권 과장의 사무실에는 전국 각지에서 화분 10여개가 배달됐고 지난 21일에는 고등학생 7명이 송파경찰서를 방문해 권 과장과 면담하고 빵 100개를 경찰서관들에게 돌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경찰서를 방문한 오준승(18) 군은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진실을 폭로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페이스북에서 권 과장을 응원 방문하자는 제안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파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국회 청문회가 열린 지난 19일 이후 이날 오후까지 무려 2400여개의 관련 글이 올라왔다. 간혹 권 과장을 비방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 권 과장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이 게시판이 생긴 지난 2011년 1월부터 2년 7개월 동안 고작 492개의 글이 게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박철한 씨는 글에서 “권 과장은 윗선의 입맛대로 증언을 한 다른 경찰관들과는 달리 당시 상황과 스스로 느낀 바를 양심껏 증언했다”며 “경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행동으로, 그래서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다”고 권 과장을 응원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에는 권은희 과장을 응원하는 청원 5개가 잇따라 올라와 이날 오후 현재 모두 39000명가량이 서명을 했다.

◈ “못마땅하지만…” 승진까지 앞둔 권 과장 두고 지휘부 고민

반면 경찰 지휘부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청문회에서 “경찰 윗선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권 과장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당장 조치를 취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탓이다.

당초 경찰은 권 과장이 처음으로 ‘경찰 윗선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한 지난 4월 진상조사에 착수하며 감찰을 시사했다.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은 “권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과 관련해 필요하면 진상조사를 해볼 생각”이라며 “진상조사 결과 권 과장 발언에 잘못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으면 감찰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 감사관실은 최현락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현 경찰청 수사국장)과 수사 실무진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그러나,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조사한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진상조사를 중단했다.

검찰 수사에서 현직 경찰관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을 때에도 경찰은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모 경감을 직위해제했을 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과장을 인사 조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찰 지휘부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진홍 씨는 송파경찰서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찰 지휘부가 만에 하나 정권의 눈치를 보며 권 과장을 인사 조치한다면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 시도에 성나있는 국민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신재연 씨도 “부디 경찰 스스로가 ‘견찰’로 신세 하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권 과장은 승진을 앞두고 있어 경찰 지휘부의 고민은 이래저래 더 깊어진다. 사법연수원 33기인 권 과장은 지난 2005년 특별채용을 통해 경정으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법무과를 거쳐 서초·수서·송파서 수사과장을 지냈다. 각종 경제사범이 몰리는 서울 강남권의 수사과장은 경찰 조직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힌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