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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90분 헛심'에 그친 최초의 국회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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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野대표, 국정원·채동욱 등 대부분 현안 의견 충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3자 회담을 마치고 국회 사랑재를 나서고 있다. 윤창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회를 찾아 해외순방 설명회를 갖고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하자고 민주당에 전격 제안했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찾아 야당 대표와 정국 관련 회담을 하는 것은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으로 읽혀졌다.

박 대통령의 파격 제안에 민주당은 13일 터진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감찰지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수용했다. 대통령이 전례에도 없던 국회 회담 카드를 던진 만큼 그에 걸맞는 뭔가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회담 장소도 국회내 외국 귀빈 접견에 사용하던 한옥 사랑재로 정해졌다. 때깔이 좋은 만큼 과실도 맛깔날 것이란 기대감은 커졌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장단, 여야 지도부와 차례로 인사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까지는 그랬다.

◈ 빛 좋은 개살구…민주 "혹시나했지만 역시나"

하지만 결과물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민주당 노웅래 대표비서실장은 회담 직후 의총에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고 총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예정시간을 넘겨 90분간 진행된 3자회담에서 현안마다 충돌했다.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개혁 의지는 확고하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김 대표의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거듭된 사과 요구는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내가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은 게 없다"면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고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NLL 회의록을 대선 기간에 공개했을 것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요구에도 "국정원이 어떤 개혁보다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면서 ”(국정원 자체 개혁안을) 정부가 국회로 넘기면 국회 (정보위)에서 알아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거절했다.

아울러, 국정원 국내파트 해체와 대공수사권 폐지 등 민주당의 개혁안 역시 “국정원이 국내에서의 대공․방첩․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고 수사권 역시 국정원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주당 역시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없애지 못했고, 국정원의 수사권을 존치시켰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 대통령-野대표, 채동욱 등 90분간 충돌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논란에 대해서는 더욱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이 의혹을 밝히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 마당에 법무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법적 근거를 갖고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서 잘한 것"이라고 황교안 법무장관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신뢰가 떨어지고 여론이 난리가 난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며 ”당연히 법무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청와대의 사퇴 압박설에 대해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감찰을 하느냐“고 항의하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사표를 안 받는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의지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의지는 확고하지만 특정계층을 옥죄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자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가 누구를 옥죄는 것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 깨진 희망, 정국 혼돈 속으로

이로써 이번 3자회담이 민주당의 국회 복귀와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희망은 보기좋게 깨졌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 의총에서 “민주주의의 밤은 더 길어질 것 같다”며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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