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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악몽"…케냐 테러의 참상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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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케냐 나이로비의 쇼핑몰 테러가 진압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생존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21일 오후 나이로비의 한복판에 있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다.

패션디자이너 바리자이(30·여)는 무슨 일이 발생했나 알아보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순간 총알이 그녀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고, 그녀 옆에 있는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쇼핑몰에는 화약냄새가 진동했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면서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그녀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의자 밑으로 숨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젊은 영국인 부부는 7개월 된 아기를 안고 쇼핑몰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 인근의 공간으로 뛰어갔고, 미리 계단 인근에 숨어 있던 여성 종업원은 먼저 아이를 자신에게 건네라고 소리를 질렀다.

행동이 느려 미처 숨을 곳을 찾지 못한 한 노인은 가슴과 복부에 총을 맞아 고꾸라졌다.

이때 총을 든 4명의 무장괴한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은 흩어져서 쇼핑객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테러범들은 15명 안팎으로 차량 두 대에 나눠타고 쇼핑몰에 도착한 뒤 세 무리로 나뉘어 건물 안으로 난입했다.

첫 번째 무리는 먼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수류탄 두 발을 던졌는데 바리자이가 들은 굉음은 바로 이들이 던진 수류탄의 폭발음이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는 아시아계 케냐인 아누즈 샤아(50)였다.

샤아는 땅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있었으나, 무장괴한은 그의 머리와 등에 방아쇠를 당겼다. 무장괴한은 샤아 부인의 머리에도 총을 겨눴으나, 총을 쏘지는 않았다.

영국인 건축가 로스 랭던(32)과 여자 친구 엘리프 야버즈(33)가 두 번째 희생자였다.

특히 랭던은 햄버거 가게에서 임신 8개월째인 여자친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총에 맞아 숨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어 두 번째 무리가 나타났다.

이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어린이들이 음식 만들기 대회를 하고 있는 옥상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들 역시 어린이들을 포함해 10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으로 두 발의 수류탄을 던진 뒤 기관총을 난사했다.

두 명의 캐나다 여성들이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무장괴한이 던진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즉사했다.

무장괴한들은 이어 어린이 30여 명이 모여 있는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를 주관한 마이툴 샤아(38)는 자신을 인질로 잡고,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무장괴한들은 그 자리에서 샤아에게 총격을 가했다.

한 무장괴한은 "너희는 무고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였다. 우리의 아이들을 죽였다"며 "왜 우리가 너희의 아이들을 살려줘야 하나"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무장괴한은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일부 쇼핑객들은 죽은 체해야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슈퍼마켓으로 들어왔고, 마찬가지로 쇼핑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한 명의 노부인은 자신이 가진 돈을 전부 내놓으며 살려달라고 말했지만, 무장괴한은 이 여성도 살해했다.

테러범들의 무차별 난사는 무려 40분 동안 지속됐다.

이후 테러범들은 30여 명의 인질을 잡고, 케냐 정부와 대치했으며, 사건 발생 나흘만인 24일 케냐군이 이들을 진압하면서 악몽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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