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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논란 속 민낯 드러낸 '중견국' 한국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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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대중국 미사일 방어망에 韓이 최전방 서는 상황"

 

정부가 '중견국 외교'를 지향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자 지평을 갖추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이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와 함께 제기된 미사일방어(MD) 참여 논란이 이같은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점을 연기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MD 참여를 '대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지적이다. 여권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놓고 한미가 '바터(교환)'할 수는 없겠지만, 전작권 환수를 재연기한다면 대가성 MD 참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현재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일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MD 시스템이나 미국의 MD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고 정부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상호 운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MD를 지목했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MD 체제에서 상대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정찰탐지기능은 전방에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헤이글 장관이 말한) 상호운용성이라는 것은 미국 MD 체제에 편입되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국방부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MD는 엄연히 다르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다. 미측은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MD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반도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가상적국의 지정학적 대결장소다. 한국이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이 아닌 단순 '연계'만 돼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한국을 싸잡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의 특징은 남북 양국의 군사력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동맹국의 전력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작권환수 재연기에 대해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 행위라고 설명해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하지만, MD 참여가 가시화되는 순간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 MD 참여는 "미국의 대중 미사일 방어망 최전선에 한국이 선다(송민순 전 장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외 세미나 등에서 중국 학자들과 접촉이 잦은 한 학계 인사는 "중국 학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소외시켰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점점 기대의 폭이 작아진다는 말들을 한다"고 말했다. 이미 야박해진 평가도 들린다. 중국 내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조치의 일환으로 박 대통령이 최측근인 권영세 주중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도 "어차피 금방 갈 사람 아니냐"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런 중국을 달랠 구체적인 정부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표현대로 '안보 상황'에 따라 전작권환수 재연기가 불가피하고 그 결과 MD 참여를 피할 수 없게 돼도, 한중이 어떤 관계를 가져갈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있으면 중국의 '양해' 정도는 구할 수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은 "우리만의 구체적 전략이 있어야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뭐라도 입장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강력한 한미 동맹'에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중견국 외교'와 '동북아 평화협력'인데, 이는 아직까지 말만 있지 내용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과 한중 우호 관계 사이에서 능숙한 줄타기꾼이 돼야 할 정부가 MD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독자적인 외교안보 정책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는 "현실에서 외교는 '원칙과 신뢰'라는 명쾌한 해법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겉으로는 명분을 내세워도 물밑으로는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데, 전작권 환수 문제에서도 보듯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건지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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