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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짙은 안개속에 사고 헬기를 잠실로 보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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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출발 가능" 故 박인규(58) 기장 8시 보고 때 임직원들 어디?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리콥터 충돌사고로 2명의 기장이 숨진 가운데 헬기를 이용하려던 LG전자 임직원들의 동선(動線)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비행 불과 1시간 앞두고 "잠실 경유 가능"

LG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는 전주에 있는 칠러(냉난방 공조기기)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LG전자 안승권 사장(CTO)과 상무 2명, 부장 1명 등 4명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9시에 서울 잠실 헬기장을 출발해 9시 50분쯤 전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비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고(故) 박인규 기장이 이날 오전 7시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회사에 전달했다고 LG전자는 밝혔다.

그러나 1시간 뒤인 오전 8시쯤에 "박 기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 안개가 걷히고 있어 잠실에서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로 내려갈 수 있겠다고 보고했다"고 LG전자측은 해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LG전자측이 잠실 경유를 고집했고 LG전자 소속 직원인 박 기장이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따르다 이번 참사가 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사고 헬기 조종사 고 박인규 기장의 아들이 "집에서 아버지가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한 것으로 들었다"며 "그래도 회사에서는 계속 잠실로 와서 사람을 태우고 가라고 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기장이 "잠실 경유가 가능하다"고 2차 보고한 오전 8시쯤에 헬기 탑승 예정자들은 김포공항이 아닌 잠실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기장의 오전 8시 2차 보고에 따라 잠실 경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임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전문가이자 LG 임원인 기장의 판단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잠실 경유 여부가 파악될 때까지 (임직원들이) 김포에서 출발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탑승 예정자들이 오전 8시에 어디에 있었는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고기술책임자인 안승권 사장은 김포공항보다 가까운 서울 서초동에 살고 있다.

잠실 헬기장과는 직선거리로 약 5km, 김포공항과는 21km 거리로 4배 이상 가깝다.

LG전자 관계자는 "나머지 임직원들도 오전 8시에 김포공항에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장과 부기장의 순직에 나머지 임직원 3명도 비통해하고 있다"며 "이들의 신원과 주거지는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상건 부사장도 이날 오후 5시30분쯤 서울 현대 아산병원 유가족 빈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장의 1차 보고 뒤)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날씨를 좀 더 보고 파악하겠다고 했고 이후 8시쯤 잠실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남 부사장은 '그렇다면 전적으로 기장 잘못이라는 취지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16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4층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시계 700~800m로 기상청 기준 '안개'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가 제작한 고급 기종 S-76 C++(HL9294)로 이날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을 이륙했다.

한강을 따라 잠실 헬기장으로 향하던 사고헬기는 잠실 헬기장을 1.2km 앞둔 영동대교 부근에서 기수를 오른쪽으로 틀어 삼성동 방향으로 진입한 뒤 공군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륙 8분 만인 8시 54분쯤 사고헬기는 짙은 안개 속에서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부딪쳤고 조종사 박인규( 58세) 기장과 고종진(37세) 부기장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지점과 8km 정도 떨어진 성남 서울공항의 당시 시정 거리는 800m로 안개가 짙었던 상황이었다.

사고헬기가 김포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을 때 시정거리도 불과 700m.

통상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 미만일 경우 '안개'가 꼈다고 보고 1㎞ 이상이면 옅은 안개인 '박무'로 판단한다.

헬기는 도심이나 비행 통제구역에 진입하지 않는 한 비행 1시간 전에 계획서만 제출하면 추가적인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륙 허가만 받으면 도착지 기상을 따져보고 비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종사 몫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민간헬기 183대 중 91대가 '자가용 헬기'로 소유 민간기업 대주주나 임원들이 주로 사용한다.

전문지식이 없는 대기업 대주주와 임원진이 출발을 강요하면 거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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