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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답답하면 '모자' 수배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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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가야동 고부 피살 사건 단서, 용의자…오리무중

부산진경찰서가 SNS 등을 통해 사건의 유력 증거인'모자'를 공개했다. (부산CBS 김혜경 기자/자료사진)

 

부산 고부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넘은 가운데 경찰이 고심 끝에 공개한 현장 증거물이 수사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이 범행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비정형화된 사건인데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CCTV 화면 분석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장기 미제사건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수사본부는 지난 24일 범인 검거에 유력한 증거로 추정되는 '모자'를 SNS와 전단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제보 2건이 접수됐지만, 모자 소유주를 안다거나 쓴 것을 봤다는 결정적인 제보가 아니라 단서를 찾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찰이 100% 범인의 것으로 확신할 수 없는 '유력 증거물'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수사본부 안팎에서는 "경찰이 오죽 답답하면 신고 포상금 2천만원을 내걸고 모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겠느냐"며 마치 경찰을 농락하는 듯한 '미궁 같은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경찰은 범행 수법의 잔인함과 치밀함 등으로 미뤄 용의자가 초범이 아닌 강력 범죄 전과자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비슷한 범행 수법, 동종 전과자를 모두 수사 선상에 올려 검토를 해봤지만, 이렇다 할 용의자를 추려내지 못하자 초범, 단순 절도 전과자까지 포함해 수사 범위를 넓혔다.

목격자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 CCTV 화면분석.

경찰은 방범용 CCTV 109대와 개인 차량용 블랙박스 30대 등을 총동원해 분·초 단위로 이동자의 인상착의, 예측 가능한 범행 시간을 고려해 파노라마식 분석을 벌이고 있다.

이마저도 범행 시간이 불분명해 큰 수확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이 사건은 원한, 금전, 단순 강도, 치정 등 정형화된 기존 사건과 패턴이 달라 경찰은 범행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다.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해도 이렇다 할 대조군이 없어 답답할 노릇.

부산진경찰서 강동호 형사과장은 "절도, 강도 등은 현장을 보면 대략적인 수법과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나오는데, 이번 사건은 딱히 없어진 고가의 물건이 없어서 단순 절도, 강도로 볼 수 없다. 또, 숨진 두 분이 원한을 살만한 관계도 없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103명이던 수사인원이 다른 민생 치안 수요가 폭증해 43명으로 줄었고, 이 저도 앞으로 더 줄어 전담팀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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