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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무역전쟁] ① 쌀 관세화 속전속결…쌀수입 개방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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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율 400% 전제, 20년 닫았던 쌀시장 문 개방한다

식량주권 범국본 여성 화요행동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쌀시장 전명 개방(쌀 관세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쌀 시장 개방 철회, 식량주권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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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정부가 그동안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미뤄두었던 각종 정책적 쟁점사안을 수면 위에 올려놓고 또 다른 선택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쌀 관세화 문제와 한중 FTA, 유전자변형 농산물 수입 협상 등을 진행 중에 있다. 농산물 무역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쌀 관세화 문제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 쌀 관세화 협상...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라

우리 정부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시장을 전면 개방(관세화)하는 대신 2004년까지 쌀 의무수입물량(MMA)을 늘리는 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쌀 의무수입물량은 지난 1995년 국내 쌀 소비량의 1%에서 2004년에는 4%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2004년에 이를 10년 더 연장해, 2014년 현재 의무수입물량은 40만9천t으로 국내 소비량의 9%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수입물량은 국내 쌀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의 막대한 양이다.

문제는 쌀시장 개방 연장시한이 올해 말에 모두 끝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시장을 어떻게 할지 통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크게 3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 현상 유지 방안

먼저,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쌀 의무수입물량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유지하는 방안이 있다.

우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통합진보당,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연장했던 2004년 쌀 협상 당시 협정문에 '2015년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2004년 쌀 협정에 2015년 이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 취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 쌀관세화 한시적 유예, '웨이버' 신청...실현 가능성 낮다

이처럼 현상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관세화 전환도 곤란한 상황에서는 필리핀과 같이 웨이버를 신청하는 카드가 있다. 웨이버란 관세화 유예를 의미하지만, 한시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웨이버 신청에는 많은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 문제다.

협상 상대국이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와 동식물 위생, 검역 기준(SPS) 완화 등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리핀도 웨이버 신청을 했지만 6차례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결국 웨이버 신청은 쌀시장을 지키기 위해 다른 품목을 내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쌀 관세화...시장 전면 개방

마지막 방안은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관세화를 수용하는 것이다. 쌀 관세화란 수입되는 쌀에 관세를 부과해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년 동안 쌀시장 개방을 미뤄온 만큼 이번에는 더 이상 재연장이 어렵다며, 쌀 관세화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국산 쌀의 급격한 수입을 막기 위해 관세율을 400%이상 최대한 높게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입쌀의 원가가 100원이라면 세금을 400원 부과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관세화를 추진해도 실제 수입되는 외국산 쌀은 현재 의무수입물량 수준에
머물러 국내 쌀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쌀 관세화 방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관세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공청회 등을 거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일반 국민들에게 내용과 일정을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 등 농업 관련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장경호 부소장은 "정부가 400%의 관세율을 얻어내겠다고 말하지만 상당히 순진한 발상"이라며 "미리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나면 미국,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내어 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장 부소장은 또 "미국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경우 미국측에서는 입장료를 요구할 것"이라며 "개별 협상을 통해 쌀 관세율을 1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하면 그때 가서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고 쌀 관세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선거를 의식해 쌀 관세화 방안을 창고 속에 감춰두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9월말까지 시간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제부터는 속전속결로 처리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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