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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박영선 마저 위기…'백척간두'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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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나무위 올라가면 '흔들기'…버틸 사람 없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회의실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임원들과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가족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놓였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와 지도부 일괄 사퇴로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선장'으로 추대됐다. 선출직 당직자로, 정통성을 갖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선거 패배 국면을 수습할 새도 없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라는 두 개의 모자를 한꺼번에 쓰게 된 박 원내대표의 첫번째 중대 과제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였다.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되고 낸 첫 작품은 사흘 만에 탄생한 8.7 합의안이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유가족 몫을 늘리는 성과를 챙겼지만 당초 주장했던 특검추천권 등에서 밀리면서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의원총회에서는 다수 의원들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재협상도 추가 협상도 아닌 '다시 협상'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며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교황 방한을 코앞에 두고 왜 이렇게 성급하게 처리했느냐?', '당 안팎의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 '여당에 다 내준 완패였다'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증인 채택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8.7 합의는 무효'라는 퇴로를 통해 다시 한 번 협상에 들어갔다. 산고 끝에 태어난 두 번째 작품이 8.19 합의안이었다.

당 내에서도 이번엔 '할만큼 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이번엔 당 내가 아닌 당 밖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 총회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과 안산을 찾아 유가족을 설득하는데 힘을 쏟았지만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유가족들은 20일 열린 유가족 총회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투표했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회의실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임원들과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나무 위에 올라간 리더 '흔들기'…조급한 리더십 만들어 내

새정치연합은 우선 '전략적 냉각기'를 갖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일단 보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당내 의원들, 유가족, 각계 각층 지도자의 조언을 구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발목이 잡힌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비대위 구성도 하지 못한 채 당내 리더십은 표류상태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까지 온 데 대해 박영선 원내대표의 '치열함'과 '신중함'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배수의 진'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이 부족했고 1차 합의안이 유가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음에도 2차 합의안을 끌어내기까지도 유가족의 의견 청취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박영선 원내대표 개인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리더십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완강한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에 낀 박 원내대표가 여러 복잡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끌어 낼만큼은 끌어냈다는 것이다.

또 당내의 다양한 계파가 있는 상황에서 계파색이 적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흔들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내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민주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의 과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새정치연합의 리더십 위기가 '선거' 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김갑수 대표는 "장기적 전망 속에서 실패 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면서 리더십 살릴 여건이나 기회를 줘야 하지만 지금은 나무 위에 올려놓고 잠깐 지켜봤다가 바로 흔들어 버리는 근시안적인 접근 방법이 끊임없이 리더십의 위기를 낳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새정치연합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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