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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3주년…"이젠 소수정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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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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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해소는 '글쎄'…2천761명분 학자금 대출 탕감 '작은' 결실도

2011년 9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서 '자본의 논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앞 주코티 공원에는 17일(현지시간) "우리는 99%"란 팻말을 든 수십 명이 모였다.

이들이 "정부를 기업으로부터 돌려받자" 등의 구호를 외치자 50여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거리 행진도 벌였다. 그러나 큰 소란은 없었다.

탐욕스런 자본과 빈부격차에 항의하는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이날로 3주년을 맞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3년 전 주코티 공원을 점거하고 시작된 시위는 인터넷·소셜 미디어 등으로 퍼지며 한 달 만에 수 천명이 함께 공원에서 노숙하는 대형 시위로 발전했다.

여기에 미국 각 노조 등이 가세하며 몸집이 더 커졌고, 10월 15일엔 한국 등 80여 개국에서 동조시위까지 벌어지며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이들은 불평등 개선과 함께 기업의 정치 영향력 행사 중단, 금융회사 개혁, 질 좋은 일자리 창출, 학자금 대출 탕감 등을 요구하며 경제 현실에 항의했다.

그러나 조직도, 지도부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탓에 시간이 갈수록 응집력은 약해졌고 11월 15일 뉴욕경찰이 이들을 강제 해산하며 시위는 사실상 종료됐다.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국의 불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은 그리 개선되지 못한 모습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월 성인남녀 1천5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5%가 10년 전보다 불평등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2009∼2011년 미국의 자산 상위 7%가 지닌 부는 28% 증가했지만, 나머지 93%는 4%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위대가 요구했던 대형은행에 대한 개혁 조치도 뭉뚝해진 상황이다. 실업률은 지난달 6.1%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이 장기실업 상태다.

그러나 불평등한 사회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과 함께 최근에는 작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점도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위대가 3주년 전날인 16일 390만 달러(40억6천만원) 어치의 학자금 채권을 인수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그간 받은 기부금 중 10만7천 달러(1억1천만원)로 학자금 채권을 싼값에 사들인 다음 탕감했다. 이는 학생 2천761명분에 해당한다.

이날 3주년 시위는 1주년 시위에 1천여 명이 몰리고 185명이 연행됐던 것에 견줘 규모도 작고 조용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집회에 참가한 한 시위대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단지 우리는 소수정예화 했을 뿐"이라고 뉴욕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뉴욕 '월드 비지니스 포럼'에 참여하는 대형회사 중역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겠다며 미국 전역에서 참가자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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