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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담당한 방산업무 그대로 방산업체에서 담당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방위사업청에서 무기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대령 4명이 관련 법령을 어기고 전역 뒤 자신의 담당 업무와 동일한 분야의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방사청은 그동안 이들의 불법 취업 사실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하다 감사원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자 뒤늦게 조치에 나서는 등 수수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방사청 소속 예비역 대령 4명, 방산업체 불법취업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방사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법상 '군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방사청과 방사청 산하기관 소속 전직 대령 4명을 적발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대령급 이상 예비역 군인의 경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2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또, 방사청 소속 직원은 대통령령에 따라 제한이 더욱 강화돼 중령 이상 및 5급 이상 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며 만일 취업을 원할시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방사청 해상감시사업팀장으로 근무하다 전역한 A 대령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달 월 300만 원을 받고 모 방산업체의 항만감시체계 사업과 관련해 기술자문을 맡았다.

또, 방사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 기술평가부장으로 근무했던 B 대령 역시 전역 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 방산업체의 초계함용 어뢰음향대응체계 사업과 관련한 기술자문을 맡고 월 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방사청과 그 산하기관에서 각각 해상감시사업팀장과 기술평가부장으로 방산납품 업무를 주관했던 이들이 전역 뒤 곧바로 자신이 담당했던 분야의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방산업체에서 취업해 이제는 해당 업체의 방산납품을 도왔던 것.

이 밖에도 방사청 체계통합사업팀장과 화력전술통제사업팀장을 각각 담당한 C 대령과 D 대령 역시 전역 뒤 지난 2011년부터 모 방산업체에 근무하며 지휘통제자동화(C4I)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감사원 감사결과 해당 방산업체들은 모두 전역 군인의 취업이 제한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4명 모두 공직자 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승인을 얻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방사청 "전역 뒤 민간이 신분으로 관여 불가" 수수방관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방사청은 팀장급의 고위직으로 근무하며 주요 방산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이들 예비역 대령 4명이 취업이 금지된 방산업체에 근무하던 지난 3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감사원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해 처벌을 요구한 뒤에야 허겁지겁 이들 4명을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심의 의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A, B 대령에 대해서는 취업제한 및 취업제한위반의 죄로 고발조치하고 C, D 대령은 임의취업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심의결과를 내놨다.

더 큰 문제는 방사청이 소위 '軍피아'(군대+마피아)로 불리며 방산비리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예비역 장교들의 방산업체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기구까지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11년 방사청 KHP(한국형 헬기) 사업단 소속 대령 1명 등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요청 전 자체심사 강화를 목적으로 '취업심사위원회'를 자체 설치해 운영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A 대령 등은 버젓이 취업이 금지된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해 근무하고 있었다. 결국 군피아를 척결하겠다는 방사청의 조치가 일단 비판여론을 피해보겠다는 면피용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방사청 관계자는 "퇴직자의 경우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일일이 불법 취업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할 권한이 방사청에 없다"면서 "본인 스스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현재 방사청에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 퇴직 후에는 일할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인데 자기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퇴직 군인 방산업체 재취업, 방산비리 연결고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9일 방사청 함정사업부 상륙함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오모 전 대령 등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공문서변조 등의 혐의로 17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영함 음파탐지기(HMS) 구매 사업을 총괄하던 지난 2009년 11월, H사가 제출한 제안서 평가 결과가 일부 '미충족'임에도 전부 '충족'되었다며 공문서를 허위작성한 혐의다. 오 전 대령은 전역 2개월 뒤인 지난 2011년 2월 모 방산업체 부장으로 취업했다.

2억 원짜리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구입한 어처구니없는 방산비리가 결국은 방사청 소속 전직 군인들이 주도한 전형적인 '군피아' 사건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구조전문 함정 통영함 관련 논란, 뒤이어 지난 9월 실시한 감사원의 감사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통영함은 당초 지난해 10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음파탐지기 등 장비 문제로 해군은 인수를 거부했다. 그러나 방사청과 해군은 지난 1년여 동안 방산비리와 관련한 자체 감사나 조사는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소속 대령 4명이 불법 취업한 사실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불법취업 여부에 대해서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방산비리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사업 한 건 당 수천억, 수조 원이 들어가는 방산사업이 방사청 출신 직원들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하게 추진된다면, 국민의 혈세 낭비이며 방사청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피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사청은 스스로 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으나,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철저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방사청 심의위원회의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령급 이상 퇴역 군인 가운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을 제한받는 방위산업체로 옮긴 사람은 최근 5년간 95명인 것으로 집계됐지만 국방부는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군 당국은 감사원 감사결과 방사청 소속 대령 4명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해 불법 취업한 사실이 적발돼 처벌된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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