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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국제유가…신흥국들 부도위기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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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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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추락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감산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OPEC 정례 각료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나왔지만, 기존 생산 할당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나오자 원유시장은 출렁였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0 달러 선이 붕괴하면서 전날보다 2.7% 떨어진 배럴당 39.97 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무려 24.97% 하락한 것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84 센트(1.92%) 내린 배럴당 43.00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NYMEX의 휘발유 가격 역시 2.01% 떨어진 127.24 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70% 가량 폭락했다.

유가가 다시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앞으로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의 여파는 산유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도 미칠 전망이다.

◇ "석유 말고는 믿을 것 없는데…" 벼랑 끝 산유국

저유가의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나라는 산유국들이다.

베네수엘라, 러시아, 브라질 등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의존도가 전체 재정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러시아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자 부도 위험이 상승하고 있다.

OPEC 회의 결과가 나온 4일 러시아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92bp(1bp=0.01%포인트) 오른 285bp를 보였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이날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도 1달러당 68.041 루블로, 두 달 만에 다시 최고수준으로 올랐다. 환율이 올라가면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베네수엘라는 전체 재정수입에서 원자재가 65%를 차지하는 국가다.

저유가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중앙은행이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은 4,243.663bp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베네수엘라는 이번 OPEC 회의에서도 원유 생산량 5% 감축을 요구했으며 에콰도르, 오만 등 OPEC 내 약소국들도 종전부터 감산요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경제불안이 심화하면서 정정불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률은 10월 기준으로 9.93%에 달하며 올해 전망치 역시 두자리 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4.45%를 보이면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래 최악 수준을 나타냈다.

GDP 대비 정부 채무와 외채 등을 고려할 때 브라질의 재정 상황이 16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취약하다고 BNP 파리바는 밝혔다.

불황이 심화하고 실업률은 치솟는 가운데 국영 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부패 스캔들이 번지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저유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우디는 7월 4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으며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야 할 정도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는 올해 사상 최대의 기초재정수지(국채 이자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미국·유럽, 디플레이션 우려 심화…연준 금리인상에도 영향

저유가는 중동과 중남미 산유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자재로 꼽히는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도 자연히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3일 예치금리를 -0.30%까지 내리고 국채 매입 프로그램 시한도 6개월 더 연장했다.

하지만 유로존은 물가상승률을 측정할 때 유가 역시 반영하므로 저유가 현상이 지속하면 ECB가 원하는 목표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4일 "물가상승률 2%로의 회복을 지체 없이 이룰 것"이라며 "우리의 통화정책 덕분에 유로존에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물가 상승률은 아직도 위태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이 측정한 지난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0.1%였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미국도 저유가 현상이 달갑지 않다.

미국은 이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미국의 고용과 경제 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여 연내 금리 인상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물가만큼은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준의 대표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은 1.3%(10월 기준)에 머물렀다.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저유가 문제는 산유국,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한 돈으로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이 회수되면 원자재 수출국이 아니더라도 신흥국으로서는 자금 유출 압박을 받게 된다.

산유국의 오일 머니가 회수되고 안전자산에 돈이 몰릴 경우 신흥국 자산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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