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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 오빠 3연패 뒤 첫 승…오히려 감동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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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프로바둑기사 이다혜 4단 "한국 바둑계의 큰 복"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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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입장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겨룬 대국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죠. 경기를 보는 제가 오히려 위로받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인간의 정신력이 이 정도까지 갈 수 있구나'라는…. 이 9단은 본인이 부족했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누가 그렇게까지 바둑을 둘 수 있을까 싶어요.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얼마나 이기고 싶어하는지 느껴지니까요."

프로바둑기사 이다혜(31) 4단은 13일 "남은 대국은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둑이 꼭 이기는 데 가치를 두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이세돌 9단이 어떤 내용을 보여 줄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세 번의 패배 뒤에 얻어낸 승리여서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열매다.

앞서 지난 10일 알파고와의 제2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은 동료 기사들과 함께 알파고에게 패한 경기를 복기했다. 당시 함께한 이다혜 4단은 "함께 있던 기사들이 '다음 대국에서는 전략적으로 '패'가 좋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조언을 많이 했는데, 이세돌 9단이 끝에 한 마디를 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자기 바둑을 두면 되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깊이 와닿았어요. 상대가 아무리 세더라도 결국 자기 바둑을 두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 4단은 동료 여류기사들과 공동 설립한, 서울 중부경찰서 인근에 있는 '꽃보다 바둑센터'를 운영하면서 바둑을 일반에 보급하는 데 애쓰고 있다. 그는 "선배로서 이세돌 9단의 이번 대국을 통해 기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보급기사이기 때문에 승부에 연연하는 타입이 아니었어요. 이번에 우연히 세돌 오빠와 복기를 같이 하면서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승부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죠. '이 사람은 뼛속까지 프로기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바둑기사로서 바둑을 대하는 자세, 생각의 깊이가 존경스러웠죠."

◇ "이세돌 9단의 수 하나하나에 묻어난 간절함"

'꽃보다 바둑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다혜, 김혜림 , 배윤진, 문도원 프로기사(사진=문도원 프로기사 제공)

 

사실 이세돌 9단에게는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이 겨룬 기보가 공개됐지만, 이는 오히려 이세돌 9단에게는 상대를 오판하는 독이 됐다.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많이 당황했을 거예요. 아무도 알파고가 이 정도로 잘 둘 줄은 몰랐잖아요. 제2국에서는 본인이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봤을 텐데, 프로기사들 눈으로도 뚜렷한 패착을 찾을 수 없이 이세돌 9단이 졌어요. 함께 복기하면서 본인은 '이것이 패착인 것 같다'는 수를 짚었는데, 그것조차 결과론적인 것일 뿐, 완전히 이상한 수가 아니었거든요. 제가 2국에 대해 몇몇 상위권 기사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안 보인다고 했죠. 그 정도로 이세돌 9단이 못 둔 바둑은 아니었는데도 졌어요."

모두가 그랬겠지만, 이다혜 4단 역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3국에 주목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며 작정하고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반에 수읽기 싸움으로 판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승부를 보려 했는데, 알파고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강했어요. 3국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였어요. 하변 백(알파고)의 큰 집에서 흑(이세돌 9단)이 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바둑을 모르시는 분들도 안타깝고 감동적으로 보셨다고들 하잖아요."

"다른 바둑기사들의 SNS에서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3국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4단의 설명이다.

"바둑기사들도 '스스로 바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기사들에게 이세돌 9단이 두는 하나하나의 수가 '진짜 이기고 싶구나' '너무 간절하구나'라는 느낌을 준 거죠. '이런 게 이세돌이지'라는 생각들도 많이 했다더군요. 거대한 적을 상대로 유약한 인간 한 명이 열심히 부딪쳤는데도 패한 느낌…. 기사들도 정말 멋진 바둑이었다고들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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