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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에 폭염까지…'어르신 무료배식' 오갈 데 없는 '땡볕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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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실내 무료배식소 두 곳 운영중단
무료배식, 거리두기 이후 옥외식사 전환
섭씨 30도 뙤약볕 피해 그늘 찾아 주차장에서 식사
그나마 배식횟수도 감소 "새벽부터 나와야 도시락 타"

김정록 기자김정록 기자

"뭐 힘들기야 한데, 어쩔 수 없지. 한 4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사람들 다 들어가서 먹을 공간이 없어.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외곽. 한 켠의 그늘에서 식사 중이던 손모(75) 할아버지는 원래 이맘때면 실내 배급소를 찾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후 실내 배급소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노상 식사로 밀려났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뙤약볕이 쏟아지던 지난 16일 정오 무렵. 탑골공원 인근에는 식사를 위해 몇 안되는 그늘을 찾아다니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은 한 노인은 두 손으로 국그릇을 들고 오이냉국을 들이켰다. 직사광선만큼은 막고자 들고온 붉은색 양산을 머리와 어깨 사이에 걸쳐 끼웠다. 고개를 흔들면 양산이 미끄러졌다.

탑골공원에는 정문 우측에 사회복지원각사가, 후문 쪽에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가 각각 실내 급식소로 운영됐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면서 중단됐다.

올여름 3년 만의 폭염이 급습한데다가,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쉼터 운영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공원 정문 앞 횡단보도 옆 가로수 그늘 아래서 식사를 하거나 공원 외곽에 진 그늘을 찾기도 했다. 종로 2가 우체국 주차장 그늘 쪽도 곧잘 선택되는 장소지만, 차량 운행 때문에 안전문제가 신경쓰이는 곳이다.

그나마 작은 그늘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은 '땡볕 식사' 신세가 됐다.

코로나19가 심화하면서 서울 곳곳에서 운영되던 무료 배식도 횟수가 줄어들었다. 탑골공원 인근으로 사람이 몰리게 됐다.

김정록 기자김정록 기자

탑골공원 정문 밖에서 줄서 배식을 기다리던 하남근(57)씨는 "도시락을 받으려면 새벽부터 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처럼 늦게 온 사람들은 도시락 대신 빵과 두유만 받아간다"고 토로했다.

함께 기다리던 다른 어르신은 "원래 청량리 쪽에서 밥을 타먹었는데, 그쪽이 끊겨서 이쪽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무료 배식소는 밀집 시설이기 때문에 방역에 있어선 취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배식이 필요한 계층은 오히려 늘었다는 반응이다.

배식 봉사 중이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시작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오전 10시 탑골공원 무료 배식 대기줄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도시락을 받아 나온 김진선(79)씨는 "번호표 기준 250번 안에 들어야 한다. 순번을 못 받으면 도시락을 못 탄다"면서 "새벽 6시 전에는 와야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원래는 실내에서 10명씩 들어가서 먹고 나오고 그랬는데, 코로나 심해지면서 같이 먹지도 못하니까 도시락을 이렇게 나눠준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원각사와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실내 식당까지 제공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식사하다가 자칫 어르신들이 감염될까 실내 공간은 문을 닫은 상태다.

김정록 기자김정록 기자

오전 11시가 넘어 도시락을 받아 식사할 자리를 찾아 두리번 거리던 권모(76)씨는 "(사람들이) 이쪽에도, 저쪽에도, 송해길 쪽에도 각자 자리 잡고 먹는다"면서 "코로나가 없을 때는 밥도 같이 먹고 여기 장기판도 깔려서 같이하고 그랬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다들 모이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며 "각자 등산을 하러 떠나거나 그러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원각사 관계자는 "더위가 심해지면서 어르신들이 길거리에서 식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코로나 영향으로 단체 후원이나 자원봉사자도 많이 줄었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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