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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노출 두려워" 미등록 외국인, 여전히 백신 접종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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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지자체 백신 접종 희망하는 미등록 외국인에게 임시 번호 부여해 접종 추진
부산지역 접종 희망자 4천여 명
전체 미등록 외국인 수는 사실상 파악 어려워
미등록 외국인들 "접종 거절 당하거나 방법 몰라…신원 노출도 두렵다"
부산시 "임시 번호 부여해 신분 노출 우려 없다" 접종 독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최근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가 불거지자, 방역 당국이 이들에 대해 임시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신원 노출을 우려한 미등록 외국인들이 여전히 백신접종을 꺼리는가 하면, 접종을 거부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A씨는 10여넌 전 일하던 업체와 체불 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출국 시기를 놓쳐 미등록 외국인, 이른바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각종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다 또 한번 좌절했다.

미등록 외국인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인근 병원을 찾아갔지만, 여권이 없는 외국인은 접종할 수 없다며 별다른 안내도 없이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신원 노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백신을 맞으려 했지만, 한 차례 거절을 당한 뒤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미등록 외국인 가운데 백신 접종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거나, 접종 방법을 알더라도 신원 노출을 우려 때문에 접종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A씨는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갔지만, 여권이 없으면 접종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올 뿐, 뽀족한 방법조차 안내받지 못했다"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문을 돌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거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접종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방역당국는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자체와 함께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종 희망자에게 임시 번호를 부여한 뒤 이 번호에 따라 순차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이다.

부산에서는 4100여 명이 백신 접종을 희망해 지난달 말까지 3600여 명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국내에 체류 중인 추산 미등록 외국인 숫자가 40여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지역 역시 미등록 외국인 대부분이 여전히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대형 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희망자를 모집하다 보니, 여기에 속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은 여전히 구체적인 접종 방법조차 몰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에도 많은 미등록 외국인이 백신 접종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는 물론 사회 전반의 안전을 위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희 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 지원실장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원 노출 우려가 높은 미등록 외국인들은 오히려 음지로 숨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과 주변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백신을 맞고 싶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부산시는 언론 등을 통해 미등록 외국인 백신 접종 사업을 충분히 홍보했다고 설명하며, 신분 노출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계부처에서도 지역별 미등록 외국인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충분히 홍보해 접종 사실을 모르는 외국인은 없을 것"이라며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철저하게 임시 번호를 부여해 접종하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거나 불이익을 당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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