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선과 관련된 여러가지 키워드 등에 대한 댓글을 수집한 뒤 조작 움직임이 있었는지 분석 가능한 '크라켄' 프로그램 공개 시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이 댓글 조작을 포착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크라켄'을 공개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댓글 조작 문제를 일으킨 드루킹 일당의 프로그램 '킹크랩'을 겨냥해 이름도 크라켄으로 지었는데, 유권자들에게 댓글 조작 사건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다만 크라켄을 두고 '댓글을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는데, 국민의힘은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는 등 선거를 방해하는 이상 '행위'를 포착하는 프로그램이지, 내용은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이준석의 첫 비단주머니 '크라켄'은 무엇?
이준석 당대표가 대선을 위해 마련했다는 여러 비단주머니의 첫 번째 주인공은 댓글 조작을 포착하는 프로그램 '크라켄'이었다. 본격적인 가동은 12월부터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론 조작 행위를 포착하는 것이 크라켄의 주된 임무다. AI를 통해 이상 행위를 찾고, 이후 전문 분석관이 다시 분석해 문제가 있다면 당에 보고가 이뤄지는 체계이다. 당은 이후 여론조작이 의심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발 등 조치에 나선다.
다만 크라켄을 두고서 일반 시민들의 댓글을 사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댓글 내용 등을 살펴 작성자의 성향이나 정보 등을 수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럴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영 디지털정당위원장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비단주머니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크라켄 작업을 주도한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크라켄은 (댓글) 내용이 아니라 이상 행위가 있는지, 없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라며
"크라켄은 사람이 하는 행위를 넘어서는 이상 패턴, 사람 손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를 감지하고, 이후 내용이 아닌 어떤 패턴인지를 분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패턴이 발견되면 분석관들이 살피고, 이후 (당은) 이런 패턴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달라고 포털이나 선관위에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도 여러 우려에 대해선 분석관들은 보안 각서를 쓰고, 주 단위로 당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도 "저희는 공명 선거 이외 다른 목적에 활용하지 않는다"라며 "그 부분은 양심을 걸고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당과 사람이 개입하는 일인 만큼 국민의힘에 불리한 이상 행위·패턴에 대해선 제대로 감시하고, 그 외 국민의힘에 유리한 이상 행위들에 대해선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겠는가라는 우려는 존재한다.김경수 경남도지사. 이한형 기자'드루킹' 상기시키는 정치적 노림수…'국정원'엔 말 아껴
국민의힘의 크라켄은 지난 대선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이번 대선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노림수가 반영된 정치적 포석이다.
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을 소환하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이준석 대표도 크라켄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점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 전 도지사가 드루킹의 제안으로 댓글 부대를 운용하려 하다가 본인은 감옥에 가고, 문재인 정부 정통성에도 큰 흠집이 났다"며 "민주당도 이번 대선에선 절대로 어쭙잖은 여론 공작이나 민심 왜곡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를 향해서도 "이 후보는 '손가락 혁명군'이라는 조직화된 여론 조작 방식을 통해서 상당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드루킹 사건보다 앞서 일어났고, 국가 기관이 개입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2012년에도 새누리당에서 어떤 그 소위 댓글부대로 의심받는 십알단 활동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곤란했는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 술 더 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