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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문의 1승' 김건희, 이보다 천박한 대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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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태산명동서일필에 '의문의 1승' 김건희
정치적 관음증과 천박한 승리지상주의가 낳은 오점
이재명 욕설공개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거친 욕설과 저질 육성이 지배하는 천박한 대선판
자기검열 없이 무조건 배출하는 언론도 반성해야
국민에게 '의문의 1패'를 강요하지 말라

프로야구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줄 경우 우스갯소리로 상대팀은 '승리를 당했다'고 표현한다. 그 상대팀으로서는 '의문의 1승'을 올린 것이다.
 
이른바 김건희씨 7시간 통화의 일부 내용이 16일 방송됐다. '태산명동서일필'이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기대한 결정적 한방도 국민의힘이 우려한 치명적 한방도 없었다. 이번 통화내용 공개가 대선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폭로의 밑바닥에 깔린 정치적 관음증과 천박한 승리 지상주의는 한국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대선후보자의 거친 욕설과 배우자의 저질 육성이 대선판을 덮고 있다. 국민의힘은 육성 공개를 막겠다고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방송사를 항의방문해 육탄충돌까지 빚었다.
 
민주당은 언론장악이라고 응원하며 본방사수까지 외쳤다. 막장도 이런 막장 대선이 없다.
 
미투를 옹호하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남편의 수사 내용까지 언급하며 보수와 진보를 골고루 희롱하는 김건희씨의 현실인식에 기가 찰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김건희씨가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분위기다.
 
판을 뒤집을 만한 폭로가 없었고 오히려 항간에 떠도는 '줄리 의혹'이나 동거설 등을 해명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측은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며 큰 피해를 우려했다가 오히려 득이 됐다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김근식 전 선대위 비전전략실장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걸크러시"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경력의 대부분에 허위·위조 의혹을 받는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검찰수사는 물론 대선캠프에까지 깊숙이 개입한 근거를 노출한 것은 최순실의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윤창원·황진환 기자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윤창원·황진환 기자
문제는, 김씨의 육성 공개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욕설공개 압박으로 이어지는 진영정치의 악순환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욕설 공개는 선거법으로 제한돼있지만 그 내용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 후보의 아픈 가족사에서 비롯된 욕설이 대통령의 자질에까지 연결되는 것은 본인이 정치적으로 감당해야 할 무게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의 욕설이 끝내 방송돼 국민적 감성을 건드려주면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김건희씨의 육성 공개가 여권에 반드시 통쾌한 1승을 가져다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와 역사로 남아야 할 대통령 선거를 예능과 막장드라마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때다.
 
그 책임의 한 쪽에 언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깊이 자성할 대목이다. 개인의 사적인 통화를 거리낌없이 유통시키는 언론의 행태에 최소한의 자기검열 장치가 시급하다. 언론이 김건희씨와의 50여 차례 통화를 녹음해 보도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만큼 중대한 공적 사안이어야 한다.
 
그런데, 김씨의 통화 내용과 이재명 후보의 욕설이 과거 BBK 사건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드루킹 사건보다 중대한 공적 사건인지 의문이다. 언론이 국민들에게 김건희 육성 2탄과 이재명 욕설을 강제로 들으라고 지금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상황이다.
 
대선후보와 배우자의 천박한 언어들이 2022년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품격없는 통화의 배설을 통해 '의문의 1승'을 주고받으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승리당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후보자를 보고 싶다. 국민들에게 '의문의 1패'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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