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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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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건을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의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각각 대법원까지 올라가 확정이 됐는데,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진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검찰의 분리기소'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는데, 검찰이 이 전 청장을 '봐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3자 회동', 원세훈 재판에선 '인정' 이현동 재판만 '불인정'
달리 인정된 채 각각 대법원 확정…法 "검찰이 분리기소" 해명
이현동, 수사 과정 17억 재단 설립…'건진법사' 종파와 '한몸'
당시 수사 책임자 尹, '봐주기 의혹'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이현동 무죄받은 'DJ비자금' 사건 무엇…文정부 적폐청산 일환
이현동, 검찰 수사 대상되자 건진법사와 재단 설립했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현동 전 국세청장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가운데, 대법원이 똑같은 사실을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측의 '회동'이란 특정 사건의 실체 여부를 놓고, 법원이 모순된 판단을 내린 것이 배경이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 대법원이 서로 다르게 인정한 셈이다.
 
하급심의 경우 재판부에 따라 법리 적용과 해석이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실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일은 많지 않다. 특히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 사건을 종심(終審)으로 심판하기 때문에 사실관계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는 더욱 적다.
 
이 전 청장 재판에서 부인됐던 사실관계가 원 전 청장 재판처럼 인정됐다면, 최종 선고의 결과도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측은 "검찰이 관련자들을 '분리 기소' 했고, 각 재판에서 주장·증명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이 전 국세청장 등을 수사했던 곳은 서울중앙지검(윤석열 지검장)이었고 한동훈 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 수사라인이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검찰 수사를 받기 직전인 2017년 10월 말, 최근 국민의힘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해 논란이 됐던 '건진 법사' 전모 씨와 관계가 있는 연민복지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1억 2천만 원 '3자 회동'…원세훈 재판 '인정' VS 이현동 재판 '불인정'

 연합뉴스연합뉴스이현동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 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관여해 대북공작에 쓰여야 할 자금 5억 3500만 원 및 미화 4만 7천 달러를 유용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로 2018년 구속 기소됐다.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1억 2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받았다.
 
1~3심은 모두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중 큰 쟁점이 됐던 것은 이 전 청장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국장으로부터 현금 1억 2천만 원을 수수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2011년 9월 26일 김 전 국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국세청장 집무실을 찾아 박윤준 국세청 차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이 전 청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김승연-이현동-박윤준의 '3자 회동'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당사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 등이 이유였다. 당시 돈을 준 김 전 국장이 이를 자백했는데,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자 돈을 사용한 곳을 둘러대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늘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박 전 차장 또한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했는데, 법원은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박 전 차장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의 경우 검찰 조사에서 '김 전 국장이 그렇게 말했다면 맞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 역시 믿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관련자들의 모든 진술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3자 회동'은 없던 일이 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한형 기자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한형 기자반면 이보다 뒤늦게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졌다. 해당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김승연은 2011년 9월 26일경 국세청장 이현동에게 이 부분 금원을 교부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국장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진술인 데다가 이현동의 부인 진술, 박윤준·이현동·원세훈과 한 각 대질조사, 이 법정에서 진행된 원세훈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 진술의 배경이 된 상황의 변화에도 진술의 주요 내용이 일관된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재판은 모두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각각 확정됐다. 각 항소심에서도 '3자 회동'의 존재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다퉜지만, 각각 원심의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3자 회동'이 누구에게는 실제로 존재한 사실이 됐고, 누구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로 각각 결론 내려진 셈이다.
 
이와 별도로 기소된 김 전 국장에 대한 재판에서도 '3자 회동'은 존재했던 것으로 인정됐고, 이는 김 전 국장에 대한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재판부 또한 원 전 원장의 재판부와 같이 관련자들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 전 청장의 재판부만 유일하게 '3자 회동'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 됐다.
 

'3자 회동' 인정됐다면 이현동에 '유죄' 가능성↑

 대법원. 연합뉴스대법원. 연합뉴스결과적으로는 '3자 회동'이 핵심이 된 '뇌물' 부분에서 원 전 원장과 이 전 청장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는다. 다만 각 재판부는 무죄 선고의 이유를 달리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의 재판부는 '국고손실'은 유죄, '뇌물공여'는 무죄로 결론냈다. 무죄 이유는 원 전 원장과 이 전 청장이 국고손실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였기 때문에 1억 2천만 원을 전달한 것은 범죄 수익을 나눠 가진 것일 뿐 별도의 뇌물죄는 성립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국세청장 이현동은 미필적으로나마 국가정보원 대북 관련 국장 김승연으로부터 교부받은 1억 2천만 원이 국정원 직무와는 무관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하는 등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되는 성격의 자금임을 인식하면서 위 금원을 교부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현동은 원세훈의 횡령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둘 사이에 1억 2천만 원을 수수한 것은 공범들 사이에 범행에 의하여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 볼 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전 청장의 재판부는 '국고손실'과 '뇌물수수'를 모두 무죄로 결론냈다. 해당 재판부는 "국고에 손실을 입히려 한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거나 국고손실을 인식할 외부 정황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 전 청장의 재판부가 이 전 청장을 '국고손실의 공범'이라고 지목한 것과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셈이다.
 
특히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1억 2천만 원이 전달된 '3자 회동' 자체가 부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무죄로 판단됐다. 만약 원 전 청장의 재판에서처럼 '3자 회동'이 인정됐다면 결론이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먼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급심에서 어떤 사실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르게 이뤄지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대법원"이라며 "3심제를 취하는 이유는 서로 판결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을 대법원에서 통일적으로 처리하라는 의미인데, 대법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은 대법원을 '하나의 법원'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개의 부로 나눠서 재판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한 사건은 모른 채 각각 원심만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렇다고 그게 허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법의 통일성, 재판의 통일성을 확보해줘야 할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한중 교수 또한 "두 판사 중 한 판사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사법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각 재판에 증거를 다르게 제출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각 재판에 증거를 다르게 제출해서 다른 판단이 나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 "그 부분까지 판사들이 알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국정원 관여자들과 국세청 관여자들을 분리기소함으로써 각 재판에서 주장·증명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결과"라면서 "법률심인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원심의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상고이유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결국 국세청 관여자들 사건과 국정원 관여자들 사건이 따로 기소되면서 일부 사실인정이 달라진 측면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각 사건의 판단이 서로 모순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해명은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에서 법리적 오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이 사건을 분리시켜 기소했고, 법원은 개별 재판부가 각자 판단하는 방식을 취한 결과 서로 모순된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이현동 수사 책임자는 尹…'봐주기 의혹'에 尹 측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유지"

 2018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한형 기자2018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한형 기자이 전 청장에 대한 수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담당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3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다.
 
이 전 청장은 수사를 전후한 시점에 '연민복지재단'이라는 법인(단체)을 설립했다. 해당 재단은 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 논란이 됐던 무속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소속된 불교 종파(일광종)와 주소지가 같아 사실상 '한 몸'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청장이 수사를 받을 때쯤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 때문에 윤 후보가 이 전 청장을 법리적으로 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전 청장이 재단과 건진법사 등을 통해 윤 후보 측에 모종의 거래를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다.
 
민주당 선대위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는 지난달 20일 "이 전 청장에 대한 부실 봐주기 기소를 해주는 대가로 (건진법사와) 특수 관계인 혜우 스님을 재단의 재무 이사로 참여시킴으로써 사실상 17억원 상당의 재단을 이들에게 넘긴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동훈 부원장은 "깃털만한 근거도 없는 황당한 비방에 불과하다. 막 던지는 허위사실 유포로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엄중히 항의한다"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봐주기 수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하나의 사건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별로 사실 관계 인정을 달리 하는 등 수사와 기소를 포함한 재판 과정 전반과 관련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봐주기 의혹'은 또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은 "이 전 청장 사건은 당시 고소되거나 고발된 사건이 아니라 수사팀에서 자체적으로 혐의를 찾아낸 후 수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사건"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공소유지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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