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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조선족 배려 아쉬운 '한복 공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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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中에 대한 반감 불구, 올림픽 한복은 논점 애매…조선족 피해 볼 수도
반중감정, 조선족 공동체로 불똥…"동포 아니다, 한국 떠나라" 혐오 댓글
소수자에 대한 집단린치 비열함…건강보험 '숟가락 논란' 재탕 보듯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은 중국 측의 누적된 역사‧문화 침탈과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감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 계기였다. 때마침 이어진 올림픽 경기에서의 편파 판정 시비도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은 당초 문제시 됐던 '문화 공정'이란 몸통과는 논점이 다소 빗나가 있는 게 사실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마냥 중국 측의 잦은 무리수를 겪다보니 감정적으로 발끈한 측면이 있었던 셈이다.
 
냉정하게 보면 올림픽 한복은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도 외교경로를 통해 이런 점을 해명하며 한복이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가 명백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물론 올림픽 잔치 와중에 급히 한국 달래기에 나선 듯한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미덥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 한복을 계속 문제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논리적으로 조선족을 소수민족에서 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비록 수는 적지만 항일투쟁과 신중국 건설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초로 자치권을 부여받을 만큼 상대적으로 나은 처우를 받고 있다.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에서 보듯 중국 내에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누리는 것은 그 자체로 혜택이랄 수도 있다.
 
언뜻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렇기에 조선족은 더더욱 중국의 공민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시민권자 재미동포가 미국 입장을 대변해도 서운하다 못하듯 재중동포에게도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듯 큰 틀에서 이들은 모두 민족의 자산이다.
 
개막식에 있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마땅히 항의하기 힘들었던 것도 이런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다민족 체제인 중국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오해의 소지가 상존한다. 따라서 올림픽 한복 논란은 오해를 푸는 선에서 일단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이 와중에 또 다른 문제가 돌출했다. 한번 폭발한 반중감정은 약한 고리인 조선족 공동체로 불똥이 튀었다. 그들에게는 전통이자 권리인 한복이 갑자기 고국 동포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으니 황당하고도 억울한 일이겠다.
 
실제로 관련 언론기사들에는 모략과 비방의 댓글이 가득하다. 욕설과 험담을 빼고 대략 소개한다면, '조선족은 동포가 아니고 중국인이다' '축구를 해도 중국을 응원하고 전쟁이 나면 한국에 총을 겨눌 것이다' '그러니 그만 중국으로 떠나라' 같은 혐오가 넘쳐난다.
 
감정의 값싼 배설구가 돼버린 댓글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참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과도 거리가 멀지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익명의 집단린치라는 점에서 비열함의 극치를 이룬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외국인 건강보험 공정성 시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때도 조선족은 건보 혜택에서 얌체 짓을 하는 것처럼 거짓 선동의 대상이 됐다. 반중몰이 정략의 희생물로 조준된 셈이다. 
 
아무리 선거철이고 코로나19로 팍팍한 시절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기이하게도 일본 극우집단에서나 볼 법한 행태가 선진 문화국가 한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안에 잠재돼있을지 모를 분열과 폐쇄성이 벌써 퇴행의 길로 안내하는 것 아닌지 자못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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