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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공'에 가지 않아도 청년입니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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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기자수첩'은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 등 주최로 '왜 2030은 보수를 선택했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 발제 중인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 이은지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 등 주최로 '왜 2030은 보수를 선택했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 발제 중인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 이은지 기자 
"지방선거 시작 이래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 20대 광역의원이 당선된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개인으로선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만, 위기감도 느꼈습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당의 미래가 서서히 가라앉을 거라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20대 도의원' 허지훈씨의 발언에선 6·3 지방선거 당선의 기쁨보다 묵직한 수심이 느껴졌다. 24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왜 2030은 보수를 선택했는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토로한 바다.
 
대선캠프 실무자로 정계 입문해 국회 보좌진과 부처 청년보좌역, 당 부대변인 등을 거치며 단계를 밟아 온 당사자성 때문일까. "평소엔 청년을 키우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부랴부랴 젊은 얼굴들을 불러 모아 단상에 올리고, 뒤에 서서 박수나 치게 만드는" 관행을 성토하는 그의 직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당내 청년들을 동원용 소모품이 아닌 "직업적 동료로 키워 달라"는 호소에도 뼈가 있었다.
 
'청년 병풍정치'에 대한 중진들의 반성도 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2030의 슬로건인) '공정'을 휘발성 소재로 써선 안 될 것"이라고 했고, 윤상현 의원도 "2030은 일자리·결혼·출산 등 문제에 대한 답을 제발 달라며, 우리를 욕하고 있다. 이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칫 행사가 '안전한 쓴소리'로 그칠까, 노파심을 품었던 기자는 안도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어떤 면에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기득권 꼰대 정당'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메타인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당내 스멀스멀 올라왔던 '지선 선방론'을 언급하는 이도 전무했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조차 "토론회명이 잘못 설정됐다. 우리도 민주당처럼 '지지하지 않은 2030'에 대한 논의를 더 해야 된다"고 평했을 정도다.
 
선거를 뛴 플레이어이자 청년 유권자인 참여자들은 △청년층의 탈(脫)이념화 △2030의 반(反)민주당 정서를 흡수하기엔 너무 낮은 국민의힘의 호감도 등에 공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 표현을 빌자면, 보수는 청년의 마음을 얻었다기보다는, "잠시 빌린" 쪽에 가깝다. 그는 "저희가 20대 때 독재에 저항했던 것처럼, 지금의 청년들은 기득권인 민주당에 저항하는 것"이며 "그 기득권에 끼지도 못하는, 평가대상조차도 안 되는 것이 작금의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적나라한 '팩폭'이다.
 
생존이 최우선 지상과제인 한국의 2030은 이념·가치보다, 실리에 기반한 전략 투표를 하는 '두꺼운 무당층'이다. ①2030이 보수 어젠다에 감화돼 국민의힘을 찍은 게 아니고 ②따라서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100% 당의 성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날의 컨센서스는 보수의 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읽혔다.

서울대 김석호 교수 발제 자료 중 발췌. 이소희 의원실 제공서울대 김석호 교수 발제 자료 중 발췌. 이소희 의원실 제공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잠시 빌린 그 마음을, 국민의힘은 어떻게 자기 것으로 끌어올 셈인가. 무엇보다, 올림픽공원에 나가지 않는 2030에게는 어떤 손을 내밀고 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근래 '청년'과 만든 최대 접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올공 시위'다. 장동혁 대표는 마스크를 쓴 채 올공을 수차례 찾아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을 함께 외쳤다.

그는 여권이 이 구호에 동조하는 청년을 '음모론자'로 몰아 대다수 2030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야가 절충안이나마 특검법에 합의한 것 자체가, 이번 사태가 초유의 사건이며 올공의 젊은층을 싸잡아 극우로 몰 순 없다는 데 여당도 동의했음을 보여준다. 장 대표의 공세만큼 여권이 청년을 배제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올공의 2030과 함께한다며,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운다. 공원 바깥의 청년은 그의 시야 밖이다.

검경 수사에 이어 특검이 예정된 사안에 분노한 일부 청년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만이 당의 최선일까. 다변화된 청년 의제를 세분화해 선제적으로 정책을 띄우고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사후적으로 지도부에 유리한 이슈만 '올라타는' 패턴은 정당정책으로서의 무력함을 방증한다. 지선 때 SNS에서 흥행한 '주적 챌린지'와 흡사한 양상이다. "대한민국 주적이 누구냐"는 공세가 온라인에서 뜨자 국민의힘도 편승했지만, 여기 호응할 2030은 제한적이다.

돌아보면 국민의힘에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도화하기 위한 시도는 많았다. 작년 말 출범한 당내 쓴소리 특별위원회와 지선 과정에서의 '청년 공개 오디션', 가장 최근의 대외협력위 산하 청년주권포럼 등…. 다만 발족 당시를 제외하면 어떤 변화를 견인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대여공세용 레토릭이 아닌 독자적 청년정책을, 지지자를 다음 주자로 길러내는 전략과 체계에 대한 고민을 보고 싶다. 광장에 모인 2030에 기대는 것만으로 총선·대선 승리는 언감생심이다. 그 광장을 넘어, 더 많은 청년에게 가닿아야 한다. '올공'에 가지 않아도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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