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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양혜규 "팬데믹 시대에 경계인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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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서울과 베를린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3월 덴마크 국립미술관서 개인전 '양혜규: 이중 영혼' 개막
올해 덴마크 비롯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 전시 예정
"유럽에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 본격 소개할 것"

양혜규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양혜규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팬데믹 가운데서도 설치미술가 양혜규(51)의 활동 반경은 좁아지지 않았다. 2020년 캐나다, 한국, 필리핀, 영국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도 전 세계 전시장을 누빌 계획이다. 지난 3월 덴마크 국립미술관에서 개인전 '양혜규: 이중 영혼'이 개막했고, 이달에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미국)에서 단체전 '종잡을 수 없는 침묵'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독일)에서 3인전 '슐레머에게 동하다-100년 만의 삼부작 발레'에 참여한다.

'양혜규: 이중 영혼'전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된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다. 특히 신작인 한 쌍의 조각 '소리 나는 중간 유형-이중 영혼'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그린란드계 덴마크 작가인 피아 아르케(1958~2007)와 프랑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덴마크 조각가 소냐 펠로브 만코바(1911~1984)의 삶을 모티브 삼았다.

그린란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엄마와 덴마크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케는 그린란드를 향한 덴마크의 식민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만코바는 남아공 출신 미술가와 결혼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등 국가적인 틀 안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양혜규는 최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식민-피식민 관계였던 덴마크와 그란란드의 역사가 전시의 출발점이다. 이누이트족의 정신적 삶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구상했다"며 "두 여성 작가의 타협하지 않는 삶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덴마크 국립미술관SMK '이중 영혼' 전시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덴마크 국립미술관SMK '이중 영혼' 전시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두 여성 작가의 디아스포라적 삶은 양혜규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 태생인 양혜규는 1994년 독일로 이주한 뒤 베를린과 서울에 거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겸업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양혜규는 "제 삶의 형태가 특이하다. 한 발은 여기, 다른 발은 저기에 찢어져 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이런 삶의 형태가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할까' 회의가 들었다. 여러 문화권을 오가며 맞닥뜨렸던 몰이해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연대하기보다 국경을 걸어 잠그는 모습을 보면서 '휴머니티가 실종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씁쓸해 했다.

양혜규의 또다른 관심사는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이다. 올봄과 가을 베를린과 파리 개인전을 통해 지난해 새롭게 작업한 '황홀망'을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양혜규는 "황홀망의 바탕에는 한국의 무속이 있다. 무속 안에도 공예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작업은 한지를 이용해 '무구'(巫具)를 만드는 전통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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