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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위해 멀쩡한 거목 '싹뚝'…'분당 가로수길' 앗아간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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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시행사, 도로 확장 위해 메타세쿼이아 벌목 요청
분당구, 관련 조례에 따라 한달 만에 벌목 승인
지난달 말 가로수길 메타세쿼이아 70그루 벌목
경관심위원회, 가로수길 존치 의견 낸 것으로 확인
시민단체 "구청의 벌목 결정, 명백한 특혜"

과거 분당구 정자동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독자 제공과거 분당구 정자동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독자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30년 가까이 시민들의 그늘막이자 안식처 역할을 했던 메타세쿼이아 70여 그루를 베겠다는 공사업체의 요청을 승인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분당구청은 경관변경심의위원회가 메타세쿼이아를 최대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도로 확장 위해…메타세쿼이아 70그루 '싹뚝


19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구는 A시행사로부터 올해 1월 분당구 정자동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 있는 가로수 제거 요청을 받고 지난 2월 이를 승인했다.

A시행사는 인근에 지하 4층·지상 21층 규모 호텔을 짓고 있었는데, 호텔 앞 도로에 1개 차로를 확장하기 위해 이같이 요청했다.

분당구의 승인이 떨어지자 업체는 지난달 26~27일 호텔 앞 왕복 6차로 500여m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중 200여m 구간에 있는 수령 30년 이상의 메타세쿼이아 70여 그루를 벴다.

분당구 관계자는 "대경목, 병해충 피해목 등 옮겨심은 후 활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목은 제거해도 된다는 조례에 따라 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업체에서 낸 부담금으로 다른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로수길 존치 의견에도 벌목 이유는?

A시공사가 짓고 있는 호텔 인근 도로. 독자 제공A시공사가 짓고 있는 호텔 인근 도로. 독자 제공
이보다 앞선 2018년 6월 성남시 경관변경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은 '울창하고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최대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A시행사는 "차량 진출입로만 가로수를 제거하고 나머지는 옮겨 심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A시행사는 메타세쿼이아를 옮겨 심는 대신 벌목함으로써 막대한 비용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가 분당구에 낸 부담금은 총 2억8천여만원(한 그루당 400여만원)이며, 모든 메타세쿼이아 옮겨 심을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7억원으로 추정된다.

분당구와 A시행사가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비용을 들여가면서 경관을 지키려는 타 지자체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8년 5월 광화문광장 조성 당시 세종로에 심어져 있던 수령 49~93년, 흉고직경 50~68㎝의 은행나무 29그루를 총 8억7500만원을 들여 1년여간 이식한 바 있다.

성남을바꾸는시민연대 관계자는 "성남시의 조례는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터무니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조례에 따라 벌목을 결정했다면 메타세쿼이아를 이식할 경우 활착이 어렵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분당구가 무슨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경관위원회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법인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분당구가 A시행사에 특혜를 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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