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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중재안 사실상 파기…흔들리는 권성동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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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이어 윤석열 당선인까지 검수완박법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 사흘만에 검수완박법 중재안을 재논의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련의 소동에 권성동 원내대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는데, 선출 3주도 안 돼 권성동 원내지도부 체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당 내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법 중재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 사흘만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성동 원내대표 주도로 극적 합의된 중재안이 당 안팎 반발에 사실상 파기된 것인데, 민주당이 재논의를 수용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출범한 지 보름밖에 안된 원내지도부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수당의 원내대표로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중재안을 마련한 것은 차악의 선택이었다"면서도 "공직자 및 선거 범죄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도 "야합한 게 아니냐,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인이 수사 안 받고 싶어 짬짬이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많고, 국민이 오해를 하게 만든 것이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중재안 속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만 남긴 것에 대해 '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세자 재논의를 공론화한 것이다.
 
지난 22일 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중재안에 공동 서명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180석 민주당을 상대로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차선의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소수당의 한계를 이해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다. 의원총회에서도 급하게 추진되는 중재안에 다소의 우려가 나왔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측근이자 검찰 출신의 전문가로 꼽히는 권 원내대표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평가해 믿고 일임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청문 정국을 앞두고 민주당과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부분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권 원내대표의 설명에 동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반발에 이어 주말 사이 이준석 당대표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개 지적,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당원들의 비판까지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이날은 윤석열 당선인까지 중재안에 대해 "정치권이 깊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 달라"며 재논의를 시사하자, 권 원내대표도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해 합의된 사안이 사흘 만에 뒤집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중재안은 소수당인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과 차악 중 선택을 강요 당했던 것이고, 그나마 차악이 낫지 않느냐는 판단이었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크다 보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노련하게 협상을 이끌지 못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국민의힘 최고위는 판을 엎는 상황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감을 의식한 듯 중재안 파기가 아닌 재논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민주당 입장이 여론이 주시하고 있는 공직자·선거 범죄 관련 검찰수사권에 대한 논의는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가장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공직자·선거 범죄와 관련된 검찰의 직접수사권 부분부터 민주당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민주당이 재논의를 수용할 경우, 일련의 소동에 대한 권 원내대표의 책임론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주 합의된 중재안을 기초로 법안 심사를 진행하고, 4월 임시국회 내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당이 후폭풍에 휩싸인 이날 권 원내대표가 인수위를 찾은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면 원내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내든 당이 윤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당선인 및 인수위와의 충분한 조율도, 당 안팎 의견 수렴도 부족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중재안을 추진하며 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강성 의원들에게 검수완박 원안 처리를 위한 동력을 제공한 상황"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부결까지 이어질 경우 정상적인 정권 출범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지켜보며 앞으로 청와대·정부와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소속 의원들의 뜻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지, 거대야당과 신뢰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지 등 의문이 쌓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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