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근자감에 빠진 한국야구, 앞날은 더 캄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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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여일올' 이강철 감독의 역대급 망언
수십 억 연봉에도 스트라이크 못던지고 못치는 선수들
더 이상 일본의 라이벌이 안되는 경기력
또광현, 또현종에 30대 중반의 주전 선수들
세대교체와 인프라 투자 외면하는 한국리그
자신감은 연봉자랑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입증하는 것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를 앞둔 지난 8일 한국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호주를 여유있게 잡고 일본전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팬들이 지은 '호여일올' 발언.
 
결과는 호주에 7-8 역전패, 일본전은 콜드게임을 간신히 면한 4-13 참패였다. 직장인들로 이뤄진 체코에는 졸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이 감독의 '호여일올' 발언은 한국야구사에 역대급 망언으로 남게 됐다.
 
한국대표팀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드러난 한국대표팀의 성적이 전조증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09년 WBC 2차 대회 이후 매번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한국야구의 민낯을 낱낱이 목격한 팬들이 떨어져나가면서 프로야구 관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던 중 태그되고 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됐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던 중 태그되고 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됐다. 연합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들은 국제대회를 병역면제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눈치보기와 나눠먹기로 대표선수를 선발했다. 외국인 용병 확대를 바라는 팬들의 요구는 수년 째 외면중이다.
 
그런가하면, 툭하면 터지는 일부 선수들의 음주운전과 성 비위, 도박, 폭행 등 갖가지 일탈행위는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수십억, 심지어 100억 이상의 돈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리그의 수준은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데 웬만한 FA 선수면 수십 억대의 잭팟은 기본이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이 메이저리그에 근접하고 일본과 겨룰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그만한 연봉은 당연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지표는 그렇지 않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평균 150km 이상을 꾸준히 던지는 투수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고우석(엘지 트윈스)을 포함해 다섯 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와 체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왜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프로야구에는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1군에만 수십 명에 이른다.
 
일본의 사사키 로키는 대회에서 165km를 던졌다.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는 꾸준히 150km 이상은 물론이고 맘만 먹으면 160km 이상의 공을 언제든 뿌릴 수 있다.
 
세부적인 지표로 들어가면 더 처참한 수준이다. 한국 투수들의 경기당 볼넷과 폭투는 각각 8.96개와 0.88개로 6.49개와 0.54개인 일본 투수들보다 제구력에서 한참 뒤쳐진다. 경기당 실책은 1.38개로 0.97에 불과한 일본과 수비력에서 비교도 안된다.
 
아쉬움으로 물든 한일전. 연합뉴스아쉬움으로 물든 한일전. 연합뉴스
지난 9일 호주전에서는 사사구 5개를 내줬고 다음날 일본전에는 사사구를 무려 9개나 허용했다.
 
호주와 일본전 17이닝 동안 21점을 내준 한국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11.12로 A, B조 10개 국 중 압도적 꼴찌다. 한국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선수들은 미끄러운 대회 공인구를 탓하지만 각국의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공으로 경기한다.
 
충격적인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체코전을 잡은 한국팀이 13일 설령 중국을 이기고 경우의 수로 8강에 진출하는 행운이 열리더라도 한국팀의 경기력은 절대 박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야구의 앞날이 더 캄캄하다는 것이다. 
 
한국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국제대회에 6번씩이나 출전한 또광현, 또현종을 면치 못했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광현이 3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곤도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광현이 3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곤도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 3번 타자 김하성과 이정후를 제외하면 타자들 대부분은 35세 전후의 선수들이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전에서 김광현이 3회에 갑자기 무너진 이후 "한국에는 김광현보다 나은 투수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160km를 던지는 일본의 사사키 로키는 이제 불과 21살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국팀은 국제경기에서 사사키 로키와 몇 번을 더 만날 것이고 이외에도 150km를 가볍게 던지는 일본 투수들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한 일본 언론은 한국전이 끝난 뒤 "한국 리그는 주력 투수가 거의 외국인 선수"라며 "한국리그는 자국투수를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비꼬았다.
 
또 "37세 박병호가 홈런왕을 차지하고 이대호가 은퇴 시즌에 타율 3할3푼으로 타율 4위에 오를 정도로 젊은 세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지적도 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8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호주 퍼킨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한국 양현종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8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호주 퍼킨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한국 양현종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야구를 얕보는 기사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대회 전부터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KBO와 10개 구단들은 당장의 리그 우승에만 혈안이 돼 선수 육성과 야구 인프라 투자에 인색하다.
 
역대 KBO 총재들은 야구발전에 별 관심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라는 허구연 현 총재도 말풍선만 요란하게 날리는 야구정치인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정후(왼쪽) 안우진(오른쪽). 연합뉴스이정후(왼쪽) 안우진(오른쪽). 연합뉴스
수년 째 우물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KBO는 이번 대참사를 선수육성과 세대교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선수들에게 퍼주는 수십 억, 수백 억 연봉을 어린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쏟는다면 우리도 제구되는 150km를 던지는 투수들을 수십 명 가질 수 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연봉으로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야구의 초라한 자화상을 국민들은 봤고 선수들도 봤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번에도 외면한다면 한국야구는 그들만 리그, 야구 변방국 처지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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