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병헌 감독이 '드림'에 8년 쏟아부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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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영화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등은 물론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어느새 '이병헌 표 코미디' 혹은 '이병헌식 말맛'에 익숙해졌다. 언어유희 가득한 현란한 대사와 이를 실어 나르는 특유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빠른 템포의 리듬감, 배우 간의 티키타카. 이 모든 게 신작 '드림' 안에 담겼다. 여기에 실화가 주는 감동까지 더했다. '홈리스 월드컵'을 향한 이병헌 감독의 미안함과 간절함, 고민의 결과물이다.
 
'스포츠'와 '홈리스'라는 소재가 가진 장벽과 조연을 빛내기 위한 주연을 연기할 배우를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1년여 간의 촬영 중단 등 매 순간이 넘어서야 할 고비였다. 이병헌 감독은 그렇게 완성된 '드림'이 대단한 의미는 아니어도 가족들이 다 같이 편하게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8년에 거친 대장정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병헌 표 코미디' 등 '드림'과 이병헌 감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과의 인터뷰는 영화에는 감독이 반영돼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홈리스 월드컵을 보며 느낀 감동에 재미까지

 
▷ '드림'이 완성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웃음) TV에서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 대회가 소개된 걸 봤을 때 감동받았다. 영화적으로 재밌겠다는 것 보다 '이걸 이렇게 몰랐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생소한 정도가 아니라 몰랐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외된 곳이지만 봐야 하는데 어쩜 이리 몰랐는지…. 보고 느꼈던 감정을 영화로 만들어 잘 전달한다면 의미와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변함없어서 지금까지 붙잡고 왔다.
 
▷ 처음 접한 감동을 영화로 잘 만들어 내기 위해 연출하는 데 있어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
 
홈리스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사연이 아주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IMF, 빚보증, 건설 현장 사고 등이 매우 많다. 영화적으로 사연을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홍대와 소민은 주인공이지만 조연을 위해 만들어진 주인공이다. 난 조연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 이야기를 좀 더 꾸며주기 위해 다른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인물들의 비중도 고민. 페이지 수까지 체크하며 비중도 정확히 나누면서 작업했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관객들은 박서준과 아이유가 연기한 홍대와 소민이 주인공이라고 기대하고 올 거다. 이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캐스팅이 어려웠던 것도 그 부분이다. 배우들도 알 거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작용을 하고 관객들에게 어떤 어필을 하는지 말이다. 그게 약하다고 느껴지기에 캐스팅도 어려웠다. 다행히 박서준씨와 아이유씨는 이야기가 갖고 있는 의미에 동의했고, 타이밍도 잘 맞았다. 
 
▷ 함께 작업한 박서준과 아이유는 어떤 장점을 가진 배우였나?
 
서준씨는 정말 털털하다. 내가 못 하는 걸 많이 해줬다. 내가 낯가리고 먼저 말 거는 것도 못 하는 성격인데, 먼저 말도 걸어 주고 같이 밥 먹자고 해줬다. 자기가 식당 예약도 했다. 내가 해야 할 걸 정말 잘해줬다. 스타의식도 없고, 털털하게, 마치 동네 동생처럼 계속 말 걸어 줘서 고마웠다.
 
반대로 아이유씨는 어찌 보면 성격이 나와 비슷해서 서로 말을 먼저 거는 타입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물론 일에 관한 이야기는 했지만, 아이유씨가 너무 일을 잘해서 또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상하게 기분 좋은 거리감이 좀 있었다. 말을 안 걸어주니까 난 내심 고맙고…. 누가 말을 걸면 어렵다. 갑자기 긴장되고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서 말을 안 걸고 자기 일을 정확하게 해내서 너무 좋았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려움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멈췄다 재개하는 등 촬영이 길게 이어졌다.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그 시기에는 다 힘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중단될 줄 몰랐다. 촬영이 아직 남았는데 일단 중단한 후 난 3~4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나갈 줄 알고 오히려 좋아했다. 푹 쉬면서 글이나 써야지 했는데, 그게 1년이 넘어가니…. 현실적인 문제는,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예산이 늘어났다는 거다. 가장 중요한 촬영이 남았는데, 가장 열악한 상태에서 해야 했다. 헝가리 로케이션 분량은 적어도 30회 차는 찍어야 했는데 15회 차 만에 끝내야 했다.
 
▷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가장 힘들었던 게 가만히 있는 거였다.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고 리허설 영상까지 다 찍어서 현장에 나가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고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수정 한 번 해버리면 30분, 1시간이 그냥 가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간 다 못 찍을 거 같았다.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가만히 있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나.
 
▷ 만약 할 수 있다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
 
감정. 사실 '드림'은 긴박하고 긴장감 있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영화다. 홈리스 팀원과 그들이 갖는 사연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사실 액션보다 감정이 더 중요한데, 그걸 뛰면서 표현해내야 하기에 배우들에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물론 잘해주셨지만, 배우들에게 좀 더 시간을 줬다면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코미디도 담긴 영화다.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가져가려 했는지 궁금하다.
 
혼자 판단하지 못하겠더라. 초고는 코미디가 더 많고 대사도 많았다. 꽉꽉 채워 넣은 다음 모니터하면서 걷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 스태프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았다. 정말 재밌는데 걷어내야 해서.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걷어내려 했다. 이런 부분을 조율하면서 같이 했다.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감독이 '코미디'를 하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이유

 
▷ 개봉 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극한직업'이 언급됐다. '극한직업'의 성공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건가?
 
전작은 아예 신경 안 쓴다. 전작이 이랬으니까 이번 작품은 이렇게 해야 한다며 이어서 작업하지 않는다. 끝나면 그건 그 작품이고,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온전히 그 작품만 생각한다.
 
▷ 아무래도 많은 관객은 이른바 '이병헌식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혼자 작업하다가 피식 웃기도 한다. 내가 왜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나는 영화인인데,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한다. 그런 평가나 기대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또 관심인지라 상업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고맙다. 그냥 당연히 내 거라서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부담감을 즐기려 한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코미디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혼자 멍때리는 걸 좋아한다. 글뿐 아니라 생각하면서 대사도 해보고, 상황도 만들어 보고…. 그게 취미인 거 같다. 가만히 있는 걸 너무 좋아한다. 가만히 멍때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더라. 그래서 멍때리는 데 쓰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 내가 생각하는 코미디란?
 
평가가 박한 장르?

영화 '드림' 촬영 현장에서의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드림' 촬영 현장에서의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한 장르임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호러 장르를 한 번 써봤는데 죽을 거 같더라. 하루 종일 사람 죽이는 생각을 하고, 샴푸 하는데 눈도 못 감겠더라. 무서워서…. 눈이 매움을 느끼면서 나는 이런 장르는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너무 피폐해지고, 안 그래도 우울한 사람이 더 우울해져서.… 그나마 코미디를 해야 하루 종일 웃기도 하는 장점이 있는 거 같다. 그런 장점을 느끼며 작업하고 있다.
 
▷ 관객들이 '드림'을 어떻게 봐주셨으면 하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되게 쉽게 설명된 거 같다. 가족이 다 같이 보기에 아무런 방해 요소가 없는 작품이다. 가족이 함께 봤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다. 대단한 영화는 아니어도 가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 그 정도 의미로만 남아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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