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을 '해외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비판하자 중국 당국도 라이 총통이 '평화 파괴자'라며 맹비난하고 나서는 등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라이 총통은 13일 국가 안보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이 당면한 5대 국가안보·통일전선 위협 및 17개항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중국 간첩 혐의로 기소된 인원이 64명으로 2021년의 3배로 늘었고, 이 가운데는 중국을 위해 반란을 준비한 조직도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런 중국은 이미 대만의 반(反)침투법이 정의하는 '해외 적대 세력'이 됐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최근 대만인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여권을 발급하거나 양안 교류로 대만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대만 기업인들을 압박해 중국 투자를 늘리는가 하면 대만 인재와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5대 위협을 △국가 주권 위협 △대만군 침투·간첩 활동 위협 △대만인 국가 정체성 위협 △양안교류를 통한 대만 사회 침투 위협 △'융합 발전'을 통한 기업·청년 흡수 위협이라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또 "국가안전회의와 외교부에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가 중국의 병탄에 반대한다는 의지와 사회적 합의를 표현하고,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소멸과 대만 주권의 왜소화를 기도하는 중국의 야심에 반격하는 행동 계획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의 기자회견 이후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대만 담당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총통을 지목해 "대만해협의 평화 파괴자이자 위기 조성자"라며 맹비난했다.
연합뉴스천 대변인은 "라이 총통은 대만 섬을 (미국에) 매각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교류를 방해하고, 양측 간의 분리 및 공급망 단절을 강제로 촉진함으로써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중국 본토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불장난하는 자는 결국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기간 발표되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매번 '평화 통일'을 언급해왔지만 지난해와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이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진보당의 반중·친미 정책에 따라 중국의 대만 정책도 무력행사를 염두해 둔 강경일변도로 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라이 총통 취임 이후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의 활동이 보다 빈번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