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식도. 카이스트 제공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이 바이오 나노 소재의 표면에 카이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카이랄 나노 페인트'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카이랄성은 물체가 거울에 비친 모습과 겹치지 않는 성질을 의미하며 몸에서도 카이랄성을 가진 분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나노 소재의 성능을 개선시켰다.
연구팀은 왼손잡이(L-형)와 오른손잡이(D-형) 구조를 가진 분자들이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카이랄 선택성(Chiral Selectivity)에 주목하고, 나노 소재의 표면에 '카이랄 나노 페인트'를 적용해 카이랄성을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십수 나노미터(nm) 크기의 작은 나노 입자부터 수 마이크로미터 (μm) 크기의 큰 마이크로 구조체까지 다양한 크기의 소재에 카이랄성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활용해 카이랄 자성 나노 입자를 합성하고, 이를 종양에 주입한 뒤 자기장 처리로 생성되는 열을 통해 종양 조직을 괴사시키는 항암 온열 치료 기술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D-카이랄성을 가진 자성 나노 입자가 L-카이랄성을 가진 자성 나노 입자보다 암세포에 더 많이 흡수되고, 4배 이상 향상된 항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 내부로의 흡수 효율과 항암 치료 효율의 차이가 나노 입자 표면에 처리된 카이랄 나노 페인트와 세포 표면의 수용체 간의 '카이랄 선택적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세포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염지현 교수(왼쪽)와 정욱진 학생. 카이스트 제공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은 의료용 바이오 소재를 비롯해 차세대 약물 전달 시스템, 바이오 센서, 촉매 및 나노 효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팀과 함께 mRNA를 전달하는 지질전달체 표면에도 카이랄 페인트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세포 내 발현을 2배 이상 안정적으로 증가시켰다.
염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오 나노 소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다양한 크기 및 모양을 가진 혁신적 나노 소재 합성 방법론을 제시했다"면서 "카이랄 나노 소재를 활용해 암, 코로나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부터 진단과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개발 및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