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전달받고 있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윤창원 기자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인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음모론이 각종 경로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외국인은 대선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부터 중국인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전국자유학생연합은 "최근 중국 SNS에 투표 용지를 촬영해 게시한 영상이 확산된다"며 "중국어 자막과 투표용지를 들고 있는 장면이 포함돼 있어 실제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이 투표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게시글에는 "하이브리드 초한전 전쟁 중인 대한민국을 침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투표 조작단을 감시하며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이 친중 민주당 정권을 세워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며 "SKT 해킹으로 한국인들 정보를 취득해 중국이 대한민국 침탈 작전을 벌인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중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이 대선에서 투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3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들만 선거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지만 SNS는 중국인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는 있다"며 "꼭 중국인이 올렸다는 보장은 없다"고 답했다.
공직선거법은 지난 2005년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영주의 체류 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체류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선거권을 부여한다고 개정됐다. 다만 이는 지방선거에만 적용될 뿐, 대선과 총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한 사진 속 남성은 중국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남성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한국 국적자로 알려졌다. 부천원미경찰서는 30일 "해당 영상을 올린 SNS 계정주가 영상 촬영자"라며 "어제 남성을 검거해서 조사했고, 혐의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SNS 캡처이러한 논란은 부정선거부패방지대를 이끈 무소속 황교안 후보, 한국사 강사였던 전한길씨 등이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황 후보는 중국 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일부 지역들을 거론하며 '부정선거 사례'라고 넘겨짚었다. 전씨는 선관위의 배후에는 중국 카르텔이 있다고 외쳐왔다.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 탓에 사전투표소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부정선거론자들이 선거를 감시하겠다는 명목으로 일반 유권자들에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사전투표소에는 일부 부정선거론자 5~6명이 모여 유권자들에게 "대학생인데 교수님이 숙제를 내주셨다"며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명은 "중국인들이 신분을 위조해 투표할 수도 있다"며 "만약 우리가 말을 걸었는데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한다면 이상하지 않으냐"고 의심했다. 또 다른 장소에서는 투표를 끝낸 유권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부정선거론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