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봉쇄를 재고해달라는 현장 요청에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경찰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조 청장이 다른 간부와 논의 없이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조 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공판을 진행했다. 조 청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임 국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35분쯤 조 청장의 지시를 받아 오부명 당시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에게 국회 2차 전면 통제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임 국장은 이날 국회 봉쇄 시도와 관련해 신문 받았다. 그는 '계엄 당일 조 청장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을 봤는데, 계엄군과 관련해 조 청장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TV로 군이 국회 경내 있는 장면을 보고 '이제 왔네'라는 뉘앙스로 지나가듯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조 청장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찰 측의 꼬리 질문에도 긍정했다.
임 국장은 당시 현장에서 '국회의원 항의가 많으니 전면 통제를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재고 요청을 받고 조 청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와 관련해 "확실히 체포라는 단어를 썼느냐"는 조 청장 변호인의 질문에 임 국장은 "명확히 기억난다. '체포당할 수 있다'라는 말씀이었다"며 "포고령 대로 안 하면 체포될 수 있다. '체포'란 단어를 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그런 보고를 받을 때 말했는지 직후 대립하고 말씀하셨는지는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임 국장은 이날 조 청장이 비상계엄과 관련해 자신을 포함해 다른 경찰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조 청장 측이 임 국장에게 '조 청장과 포고령을 검토했다고 하면 처벌 받을까 두려워서 또는 기억 혼선으로 잘못 진술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조 청장과 국회 출입 통제를 함께 결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그러나 임 국장은 "관련해서 논의하거나 회의한 건 없다"며 "아는 것처럼 청장은 대통령 등에게 지시를 수 시간 전에 받았다. 그 동안 많은 생각과 판단을 했을텐데 그걸 경황없는 경비국장한테 상의할 거라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 외곽으로 출동했던 서울청 3기동단 소속 박모 당시 기동대장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국회 출입을 차단하라는 김 전 청장 무전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일 자정쯤 "부대를 특정해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군 관련자들을 출입시키라는 (서울청) 무전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향후 5회 기일에 걸쳐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정했다. 다음 기일에는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과 박창균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