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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계기 사조위 독립성 강화…국토부 배제·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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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지적

현행 사조위는 국토부 소속이자 국토부 직원이 상임위원 겸직
"국제기준 맞지 않고 구조적 모순·이해충돌 소지"
"정부가 수립한 정책·제도가 사고의 원인일 때도 직접 조사하는 꼴"
개편 논의 법안 계류 중…"적극적 입법 논의와 추진 의지 필요"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국내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국토부 외부로 이관하고, 인사·예산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직·기능적 독립성을 갖춘 사고조사기관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제언했다.

21일 입조처에 따르면 구세주 국회입법조사관은 최근 '항공·철도 사고조사, 독립성·전문성 강화의 필요성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내고 "항공·철도 사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행정적 효율성이나 편의성보다 실질적인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에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참사는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 국내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직후 시작된 사고조사 과정에서 장만희 당시 사조위 위원장이 국토부 소속 공무원으로 직전까지 국토부 항공교통본부 본부장을 지낸 데다, 무안공항 활주로 개선 사업을 진행한 부산지방항공청 청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알려져 조사 공정성 우려가 제기된 뒤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종완 항공정책실장도 사조위 상임위원을 겸직 중이던 사실이 논란이 되자, 국토부는 즉각 조사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를 두고 구 조사관은 "관련 인사를 사고조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만으로는 사고조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항공 당국인 국토부 소속으로 설치되는 데다,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2인 이내의 위원 중 비상임위원 9인을 국토부 장관이 위촉하고 상임위원 2인은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철도국장이 각각 겸직하는 점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항공기 사고 및 준사고의 조사에 관한 국제 기준과 권고사항을 규정한 부속서 13에서 "국가 항공 당국이나 그 외 조사에 개입하거나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ICAO 세부기준 지침서(Doc) 9756, '항공사고 및 준사고 조사 매뉴얼(Manual of Aircraft Accident and Incident Investigation)'에 따르면 "사고조사기관이 기능적으로 독립적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특히 그 기관이 해당 국가의 민간항공을 관할하는 부처와 조직적으로 연결된 경우, △기능적 독립성 △자율적 조사 수행 △보고서 발행의 독립성 △독립적인 예산과 인력 확보 △입법적 근거 등을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1974년 교통부로부터 분리돼 독립된 연방기관으로 전환했으며, 위원 5인은 대통령 지명과 연방의회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JTSB(일본 운수안전위원회)도 국토교통성 외청으로 설치돼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갖고, 예산과 인사 등 행정운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위원장과 위원(상임 7명, 비상임 5명)은 '중의원 및 참의원 동의를 얻어' 국토교통성 대신이 임명한다.

구 조사관은 "주요 선진국은 조사기관을 관련 부처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거나,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 법률은 '사고조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토부에 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조사 기구의 활동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히 면서도 조직상으로는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국토부의 소속 기관으로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법률은 '국토부 장관이 사고조사에는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사권 등 핵심 행정 기능이 여전히 국토부에 종속돼 실질적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상임위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및 위원장이 모두 비상임으로 구성돼 조직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철도국장이 각각 상임위원 2인을 겸직하는 점에 대해서도 "정책 집행 책임자가 사고조사를 수행하는 구조적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구조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조사기구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조위가 필요시 국토부 장관에게 인력·장비 등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 역시, "조사기구가 조사 대상 부처에 인적·물적 자원을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며 "조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고 국토부의 개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구 조사관은 "현재의 구조는 국토부가 항공·철도 관련 정책의 수립, 안전기준의 설정, 제도 집행 및 감독을 총괄하는 동시에,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나 제도가 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까지 직접 조사하는 형태"라면서 "이는 정책 책임자와 조사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고, 자칫 책임 회피나 자기 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조위 소속을 국토부 외부로 이관해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 △조사기구의 중립성과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의 개편을 제안했다. 다만 각론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검토해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 논의와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 조사관은 "우리나라의 항공 사고조사 업무는 그 중요성과 복잡성에 비해 인력과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사고조사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조위 조직 전반에 학계, 연구기관, 민간 기술전문가 등 다양한 외부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국토부 실·국장 참여는 배제하되 조사관의 장기근속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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