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서 연방준비제도로 전선을 넓히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연준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주식시장 하락과 미국채 금리 상승, 달러화 가치 하락 등 '트리플 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98.35로 떨어지며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장을 마쳤다.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물론 동맹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난 2일 103.8에서 5.3% 하락했고, 올해 초 기준으로는 10% 가까이 급락하며 1970년 이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 같은 달러 가치 하락은 '셀(Sell) USA' 즉, 글로벌 자금의 미국 자산 탈출을 의미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던지는 경고라는 분석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상호 관세를 추진함으로써 경기 침체 및 물가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흔들기 혹은 해임 시도에 대해 월가의 부정적 기류가 '트리플 약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연초 대비 16% 하락하며 조정장(-10% 이상)에서 약세장(-20% 이상)을 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랠리를 펼친 대형 기술주인 테슬라(-46%), 엔비디아(-37%), 메타(-35%) 등 'M7(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모두 약세장에 진입했다.
또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정점을 찍은 지난 4일 3.864%에서 최근 4.4%로 53.6bp(1bp=0.01%p)나 뛰어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발표해 안도했던 금융시장이 급변한 이유는 '파월 의장 해임 압박'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파월 의장을 향해 '매번 의사 결정이 늦다', '중대 실패자' 등 비판을 쏟아내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며 '경기 둔화 리스크' 책임을 떠넘겼다. 앞서 사퇴를 압박한 데 이어 연일 '파월 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불확실성 확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파월 의장도 내년 5월까지인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진 사임할 뜻이 없고, 기준금리 인하도 확실한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파월은 임기 내 트럼프의 압박에 쉽게 순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해임 시도 등 극단적인 사태로 진행될수록 달러화 약세와 미국채 동반 매도세가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미국채 금리 하락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1913년 중앙은행이 설립된 이후 연준 의장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사례가 없다"면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연준 의장 해임으로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도 트럼프와 연준의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했다"면서 "트럼프 관세에 따른 경제지표 하락 및 실적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연준의 개입이 관세 타격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