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톈궁 울트라'가 하프마라톤 완주를 앞두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하프마라톤 21.0975㎞ 거리를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톈궁 울트라'였다. 지난해 인공지능(AI) 모델로 충격을 준 '딥시크'에 이어 중국 로봇 기술의 굴기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한국도 정부가 주도하고 40여 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 참여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휴머노이드 모델은 없는 상황에서 로봇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제조 2025…첨단 로봇 핵심 부문 선정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열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는 총 21개의 '로봇 선수'가 참가했다. 이 중에서 6개의 팀만 완주에 성공했다. 배터리 교체가 허용됐지만, 무려 21㎞의 거리 동안 로봇이 스스로 관절을 움직여 주행을 완료해내는 등 중국 기술력이 돋보였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첨단 로봇 혁신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이후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로봇 산업을 중국의 핵심 부문으로 선정하며 2022년부터 3년 간 총 9억 7400만 위안(약 1893억 9430만 원)을 지원했다.
중국은 지난달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를 휴머노이드 상용화 원년으로 지정하고 오는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모건스탠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100'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이미 압도적이다. 최근 5년 간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출원건수는 중국이 5688건으로 미국(1483건)의 4배 수준이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에는 부품, 소재 장비 등 필요한 구성요소가 많다"며 "중국은 국가 통제 아래 배터리, 반도체, 액츄에이터(작동기) 등 휴머노이드 구성 요소의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K-휴머노이드 걸음마 시작…기업·학계 연합체 출범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 에이로봇, 레이보우로보틱스, 로브로스, 블루로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K-휴머노이드 모델은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유일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2족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를 연내 생산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인간의 외향을 닮은 휴머노이드 모델은 산업 전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산업혁명 수준의 기술로 평가된다. 휴머노이드는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배터리, 사물을 인지하는 카메라 및 라이다(LiDAR) 센서 등 고성능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돼야 한다. 여기에 모델이 걷고, 뛰고 물건을 집는 등 물리적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합성 데이터도 필요하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적인 AI와 비교해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지만, 투자는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약 1800억 원을 투입해 로봇 산업의 혁신을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는 중국은 향후 20년 간 약 1조 위안(약 195조 원) 투자하겠다고 해 격차가 더욱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K-휴머노이드' 도약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40여 개 로봇 개발 업체와 학계로 구성된 'K-휴머노이드 드림팀'을 꾸렸다. 로봇 AI 공용 개발과 휴머노이드 핵심기술 개발을 목표로 협력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한 교수는 "시간으로 치면 한국이 중국에 1년 남짓 (뒤에서) 쫓아가고 있는 단계"라면서 "휴머노이드의 수요처가 굉장히 다양한 만큼 K-휴머노이드에 참여한 주체들이 각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자는 목표로 힘을 합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