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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른이 어른어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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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들의 얘길 잘 새겨듣자

이 비정상의 시간에 중립하지 말자. 평균인의 삶을 살자. 보편적인 우리가 더 부지런하자. 그리고 사회에 갚자. 일단은 6월 3일이 온다. 정상의 시간이 어른어른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1960년생인 내란 우두머리 파면 과정에서 '어게인(Agian?)' 세력의 갖은 으름장을 온몸으로 견뎌낸 이가 많다. 모진 시간 끝에 외려 인동초로 빛난 1965년생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그 한 명이다. 곱씹고 곱씹어도 향기가 듬뿍 밴 그의 인사청문회때 발언을 다시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 그런데 국민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

신고 재산 6억 7545만원, 그 가운데 본인 명의 재산은 4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27년 법관 생활의 그는 겸연쩍어했다. 교과서도 교복도 물려받아 다른 이의 명찰을 달고 찍은 졸업 사진은 그의 '평균'을 결정했음에 분명하다.

"그 말씀을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는 그의 인생 방향타는 1944년생 김장하 선생의 몫이었다. 고2때부터 대학 졸업 내내, 그렇게 1천여명을 장학금으로 키워낸 이의 한마디 역시 두고두고 곱씹어도 향기에 어질할 지경이어서 또 옮겨본다.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받을 이유가 없다. 내게 갚지 말고 사회에 갚으라".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사람은 주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는 말도 있다. '나쁜'의 우리말 어원이 '나뿐'이고, '좋은'의 어원은 '주는'이라 한다. 그래서 시인 박노해는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고, 좋은 사람은 나누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장하도, 그가 키워낸 문형배도 어느덧 우리 사회의 좋은 사람이자 그래서 어른인 까닭이다.

영상으로도 그려낸 '어른 김장하'에서 울컥했던 지점은 언제나 조용히 구석 자리를 찾아 앉는 그의 모습이었다. 상석만 찾는 어르신들, 일명 꼰대 투성이인 우리 사회에서 접하기 힘든 울림이기도 하다.

어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1번이다. 2번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이나 3번 '결혼을 한 사람'은 주변에 차고 넘치는데, 자기 일과 이 사회에 책임을 지는 다 자란 사람을 찾기란 또 쉽지 않다. 진짜 어른이 어른어른하다고나 할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석 찾아 헤매이는 한 이가 요즘 또 화제여서 어른 얘길 길게도 했다. 1949년생인 내란 주요 피의자가 그렇다. 어른 찾기 힘든 세상이다. 그 주변에 몰려드는 불나방들의 면면까지 보며 드는 생각이 더욱 그러하다. 맞다. 한덕수 얘기다.

관운(官運)의 '끝판왕'으로 통한다는 그. DJ정부에야 호남 고향을 밝혔다는 그. 총리까지 승승장구 꽃길 깔아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은 외면했다는 그. "대인이자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라 극찬하며 결과적으로 내란에 꽃길 깔아준 그. 헌법 뭉개고 지연전 벌이며 탄핵됐다가 월권 지명으로 또 뭉갠 그다.

그래도 일말의 눈치는 있어 "대선의 ㄷ도 꺼내지 말라"더니 보름도 안돼 외신 불러 "미정"이라 밝힌 그. 차기 리더십 설 때까지 그 짧은 기간 맡긴 선거 관리,국정 관리도 내팽개칠 요량의 그. 그리하여 가뜩이나 안팎의 혼란에 빠진 이 나라를 공직사퇴시한인 5월 4일까지 더욱 혼선에 밀어넣고 있는 무책임의 그. 나뿐인 사람, 주는 것 없는 사람, 그래서 어른은 결코 될 수 없는 행태의 그다. 왜 우리가 최상목 대행을 또 봐야 하나.

채현국 선생. 효암고등학교 제공채현국 선생. 효암고등학교 제공
1935년생으로 2021년 세상을 뜬 채현국 선생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민주화와 교육사업에 아낌없이 주고 간 어른이다. 너무도 유명한 그의 이 말씀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듯하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못된 놈들 보면 엄청 부지런합니다. 특히 돈과 권력에 환장한 놈들은 잠도 안 자요. 보편적인 삶을 사는 우리가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36년생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온 세계의 어른으로 나눠주기만 해온 삶을 지난 21일 마감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유족 앞에 남긴 성자의 한마디는 불황과 내란과 뻔뻔함과 몰상식에 매일매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금의 우리에게도 좌표를 준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그렇다. 이 비정상의 시간에 중립하지 말자. 평균인의 삶을 살자. 보편적인 우리가 더 부지런하자. 그리고 사회에 갚자. 일단은 6월 3일이 온다. 정상의 시간이 어른어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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